생전 좋아하시던 문어도..20분만에 차린 온라인 차례상
기자는 매년 설날 차례를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친가에선 1년에 차례 두 번, 합동 제사 한 번 등 총 세 번의 제사를 지낸다. 이번 설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집안 어른들만 5인 미만으로 모여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 올해는 친가에 가지 못하는 대신 온라인 차례상을 직접 차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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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차례상 체험기
가장 먼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온라인 추모·성묘 바로가기'로 들어간다.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하고 '전국 추모시설 검색'을 누르면 고인이 안치된 추모관을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의 할아버지는 선산 묘지에 안장됐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해당 사이트 내 'e하늘 온라인 추모관'을 누르면 된다. 등록된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추모관 꾸미기. ‘영정사진 관리’를 누르면 고인의 사진을 띄울 수 있다.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이 없어 이름만 올렸다. 이후 ‘차례상 꾸미기'에선 밥(국), 탕, 전·적·포, 생선, 과일 등 음식을 골라 차례상에 올릴 수 있다. 20대 여성인 기자는 혼자 차례상을 차려본 경험이 없다. 집안 어른의 가르침에 따라 차례 음식을 옮겨본 정도다. 어떤 음식을 어느 자리에 놓아야 할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이런 경우 사이트 하단에 있는 '참고 사이트’를 클릭하면 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사이트로 연결돼 차례상 차리는 방법을 볼 수 있다. 다만 음식과 놓는 위치는 지역별로, 집집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런 경우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상을 차리면 된다. 기자는 할아버지가 생전에 즐겼던 문어를 올렸다. 차례상을 꾸미는 데는 20분가량 걸렸다. 비록 온라인이었지만 정성은 오프라인 못지않았다. 상을 차리고 나니 뿌듯함이 몰려왔다.
추모관에선 차례상 이외에도 글과 음성, 영상을 올릴 수도 있다. 꾸민 추모관은 카카오톡·페이스북 등에 공유할 수 있다. 가족에게 차례상을 보내자 "신기하다" "음식 위치를 바꿔라" "음식량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코로나19로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차례상도 간소화하는 추세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2일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올해 설에는 음식을 많이 올리지 않는 차례상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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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누적 방문자 23만명…이번 설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
10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는 지난해 추석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4일까지 누적 방문자는 23만명을 기록했다. 이번 설에는 이용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9일까지 18만 4053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한 달간은 하루 평균 1000명 정도가 방문했는데 지난 8일에는 3855명, 9일에는 총 8916명이 방문했다.
이번 설에는 이용자의 요청을 반영해 기능도 추가됐다. 지난 추석에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늘려달라는 민원이 있었다. 이후 모든 공설 장사 시설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10일 기준 공설 226개, 사설 195개 등 총 421개다. 시설을 보여달라는 요청도 반영해 시설 전경 영상을 제공하고 헌화나 분향 선택 폭도 넓혔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시스템관리부의 신현정(27)씨는 "코로나19 시국에서 시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하게 돼 다행이고 보람을 느낀다"며 "한국 전통문화와 함께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도 발전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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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성묘?…"군 있는 아들도 이용 가능" vs “대면 대체 못 해”
온라인 성묘 서비스 이용자들은 대체로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김신영(47)씨는 "딸과 남편을 포함해 군 복무 중인 아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성묘를 직접 가려고 했으나 돌아가신 할머니가 계신 시설이 코로나19로 설 연휴기간 폐쇄됐다"며 "지난해 추석에 뉴스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됐는데 차례상도 차리고 향도 피우는 등 방식이 다양했다. 비대면 시대에 딱 맞다"고 덧붙였다.
강현민(45·전북 전주)씨도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날에도 돌아가신 아버지의 성묘를 가지 못하게 돼 아쉬운 마음에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며 "서울에 계신 어머니께 온라인 차례상을 보내드리니 신기해하시고 많이 좋아하셨다"고 했다. 그는 "서비스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추모 글을 길게 쓸 경우 한 번에 안 보이는 점이 아쉬웠다. 긴 편지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성묘가 낯설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정다희(28)씨는 “아무리 온라인 성묘가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좀…”이라며 “직접 찾아뵙고 술 한 잔 올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비대면이 대면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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