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뒤 공매도 재개? 뿔난 개미들 '한국판 게임스톱' 벼른다

안효성 2021. 2.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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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 2일까지 연장하기로 지난 3일 결정했다. 5월 3일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코스피200ㆍ코스닥 150 등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가 허용된다. 부분 재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해당 내용을 발표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했지만,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짧은 연장 기간 등을 이유로 ‘선거용 대책’이라고 반발하고, 외국인 투자자는 ‘최장기 공매도 금지국’이라며 공공연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봤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매도 부분적 재개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원인, 학계는 순기능 인정
공매도는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 판 다음 일정 시간 뒤 주식을 사 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빌린 가격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갚아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에게 공매도는 눈엣가시다. 특히 기관ㆍ외국인보다 공매도 투자가 제한됐던 개인투자자의 경우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여긴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개인투자자에겐 미움의 대상이지만 금융권이나 학계는 공매도의 순기능도 인정한다. 가격발견기능을 통해 고평가된 주가가 적정 가격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 거래 비용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 관련 주요 일지. 연합뉴스


최장기 공매도 금지국 된 한국…선거 의식했나
한국은 지난해 3월 15일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다.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내린 조치다. 스페인ㆍ프랑스ㆍ대만 등 12개 국가도 같은 조치를 했다. 다만 현재까지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뿐이고, 인도네시아도 이달 중 공매도를 재개한다.

공매도 재개가 늦어진 건 표면적으로는 개인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해서다. 2019년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공매도 비중은 1.1% 수준이다. 개인은 공매도를 위한 주식을 빌리기 어렵고, 의무 상환 기간 등으로 공매도 투자가 어려웠다.

키움증권 유근탁 애널리스트는 “2020년 시장의 주체세력이 개인투자자로 변화하면서 개인투자자에 대한 차별적 제도가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어느 정도 동등한 여건이 이루어진 뒤 재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의 압박이 공매도 금지 연장의 주된 이유라는 시선이 더 많다. 특히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 특히 여당의 압박이 거셌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달 14일 “좋지 않은 제도”라며 힘을 보탰다. 당정 간의 물밑 조율에서도 여당 측의 공매도 금지 연장 요구가 쇄도했다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누가 봐도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해 결정을 미룬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1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투자자 반발 계속…한국판 게임스톱 운동 예고
공매도 금지가 연장됐지만, 개인투자자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공매도 금지 기간이 당초 예상했던 6월이 아닌 5월로 짧아졌다. 게다가 금융위는 부분재개를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는 전면 재개와 다름없다는 것도 불만이다. 코스피200 종목의 공매도 잔액은 코스피 전체 공매도 잔액의 94.4%다.

개인투자자들은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도 예고하고 있다. 공매도 잔고가 많은 셀트리온 등의 종목을 집중 매수해 공매도 세력에게 큰 손실을 입히자는 취지다. 실제 골드만삭스 등 외국인 투자자들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등의 공매도 수량을 줄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1일 셀트리온에서, 크레디트스위스는 에이치엘비에서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명단에서 빠졌다.

공매도 대기 물량(대차잔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연장으로 주가 폭락할 수도"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전 세계 최장기 공매도 금지국이 자국 증시를 하락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호주 시드니 소재 펀드운용사 AMP캐피털 관계자는 네이더 내이미 대표는 “한국 증시가 강세장인데도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건 놀라운 결정”이라며 “시장의 유동성이 급감해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롱) 고평가된 주식을 공매도하거나 파는(쇼트) 롱쇼트 전략을 주로 활용한다. 리스크 헤지(hedgeㆍ위험회피) 수단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고평가된 주식에 대한 하락 베팅이 지연ㆍ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재산정 때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SCI 지수 재산정은 5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DB금융투자 설태현 연구원은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공매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6월 장기간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 터키는 시장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최대 850조원의 자금이 MSCI 지수의 영향권 안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9년과 2011년 공매도 금지 조치 종료 후 공매도 수량을 나타내는 대차잔고 현황. 코스피의 경우 대차잔고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코스닥 시장은 대차잔고가 크게 늘었다. 유진투자증권



코스피는 큰 영향 없다는데, 코스닥은?
공매도가 주가 움직임에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이론적이나 실증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된 바는 없다”는 입장을 냈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공매도 재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다른 전망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강대석ㆍ허재환 연구원은 “코스피 시장은 공매도 재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지만, 코스닥에서 영향이 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라며 “공매도는 투자심리 위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 비중은 높은 코스닥에 더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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