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와 그 너머②] 야권, 본선서 '화학적 결합' 이룰 수 있을까
본선 이기자고 하는 것..'시너지 효과'가 관건
나경원 "전력으로 돕겠다..安도 그럴 것" 압박
주호영 "단일후보, '기호 2번' 할지 정리해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단일화 방정식'에 야권 지지자들의 시선이 고정돼 있다. 이 모든 '야단(野單·야권 단일화)법석'은 결국 더불어민주당과의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벌이는 것이다. 따라서 완전한 '화학적 결합'으로 최대한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가 단일화의 최대 과제라는 지적이다.
범야권 후보 단일화 자체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에, 신경전과 진통은 있겠지만 결국은 성사될 것이라는 낙관적 관측이 많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정권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에 브레이크를 걸어달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게 서울시장 선거"라고 말했다. 정권 견제와 심판을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여망을 지금의 후보군들이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3자 필승론'을 언급해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3일 비대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단일화에 동의를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우리 당 후보 네 명을 두고 3월 4일에 후보를 정하고,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해서 3월 1일에 후보를 정한다"며 "단일화의 큰 틀은 이미 정해졌고 단일화는 반드시 된다고 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한때 "야권의 단일화 게임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단일화는 안된다고 본다"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최근에는 입장을 선회했다. 우 의원은 지난 7일 정봉주 열민당 전 의원과 회동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권에서 추진하는 후보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우리 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단일화는 된다고 치더라도, 그 단일화가 '1+1=2' 또는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단일화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화학적 결합'이 야권 후보 단일화의 진정한 '숙제'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나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가상 양자대결을 한다면 국민의당 지지층의 72.9%, 국민의힘 지지층의 60.8%가 안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박영선 전 장관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가상 양자대결을 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65.2%는 나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지만,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는 39.5%만 나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장관과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은 55.0%가 오 전 시장을 지지했지만, 국민의당 지지층은 24.6%가 오 전 시장을 지지하는데 그쳤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단일화는 공동의 목표를 바탕으로 결과에 대한 승복과 승자에 대한 지지를 전제로 해서 성립하는 것인데, 이래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내가 아니라 안철수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된다면 나의 모든 힘을 다해서 돕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안철수 후보가 나를 돕겠느냐는 내가 안 후보 마음 속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국민의당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나니, 그렇다면 반대로 안철수 대표로 단일화를 하면 '화학적 결합'이 자동적으로 되는 것일까. 정치 선례를 살펴보면 그 또한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제1야당 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진표 의원과, 군소정당 소속이지만 개인 인지도가 높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단일화 경선을 벌인 끝에 불과 0.96%p 차로 유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적이 있다. 이후 유시민 후보는 '기호 8번'으로 본선에 나가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었지만 52.2% 대 47.8%로 패배했다.
유시민 후보의 패인은 무엇이었을까. 군소정당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석패한 것에 허탈함을 느낀 제1야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온전히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김진표 민주당 의원과 유시민 이사장의 단일화 이후 김 의원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며 "김진표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유시민 이사장을 찍지 않은 것이 단일화의 한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민주당과 단일화하면 우리 당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다"며 "통합을 하면 어찌됐든 같은 당이라 생각해 투표장에 나간다"고 덧붙였다.
민주당과 열민당은 정치적 거리가 극히 가까운데도 단일화를 하면 망실(亡失)하는 표가 생긴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하물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정치적 간극은 '초록이 동색'인 민주당과 열민당 사이보다 멀다. 안철수 대표가 '기호 4번'으로 본선 출마를 고집할 경우,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단일화 이후에 만약 우리 당 후보가 아닌 사람이 (단일 후보가) 되면, 그 때 입당하고 '기호 2번'을 할 것이냐. 그런 일이 생기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할 것이냐"는 문제들을 제기한 뒤 "이런 문제들을 정하는 것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정리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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