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박영선이야 나경원이야..서울·부산 지지 춤추는 이유
“부산 현안을 꾸준히 챙겨온 것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이렇게 방치하다간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21일 리얼미터·YTN 정례 주중집계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양당 부산 지역 의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지난달 18~20일 실시된 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정장 지지율은 민주당 34.5%, 국민의힘 29.9%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우세’로 분류되어 온 PK에서 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여당은 반색했다. 반대로 야당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PK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앞선 건 올해 들어 이 조사가 유일했다. 1주 뒤 발표된 같은 기관 조사(지난달 18~20일)에서 PK 지역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3.5%, 국민의힘 36.4%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조사에선 민주당 24.5%, 국민의힘 39.4%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보름 동안 PK 민심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민심이 들쭉날쭉한 게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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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지역별 분석의 함정
지난 4주간 리얼미터·YTN 여론조사의 전체 표본은 1500~1511명이다. 이 가운데 부산·울산·경남 지역 표본은 191~199명에 불과하다. 표본의 크기는 오차범위 문제와 직결된다.
표본이 1500~1511명에 달하는 전체 조사에서 오차범위는 ±2.5%포인트다. 이는 5%포인트를 벗어난 1·2위 격차는 통계적으로도 의미가 있단 뜻이다.
하지만 표본이 200명으로 줄어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산술적으로 표본이 7.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 오차범위는 2.74배 커진다. 리얼미터·YTN PK 지역 조사로 보면 약 14%포인트가 넘는 격차만이 유의미하단 얘기다. 정치컨설턴트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지역별 조사가 대체로 경향성은 맞으나, 워낙 샘플 수가 작기 때문에 가끔 영남에서 민주당이 높게 나오고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높게 나오는 식으로 튀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오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리얼미터·YTN이 사용한 ‘림(Rim) 가중’ 방식 조사에선 절대 지역별 분석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림 가중’은 지역별로 성·연령 구성비율을 실제와 유사하게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국단위로 성·연령·지역 할당을 순차적으로 하나씩 맞추는 방식이다. 부산·울산·경남처럼 특정 지역을 떼어냈을 때는 성·연령 구성비율이 실제와 크게 어긋날 수밖에 없다.
실제 민주당이 높게 나타난 지난달 18~20일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부산·울산·경남의 20대 이하 유권자는 목표할당(38명)에 절반도 안 되는 17명에 대해서만 실제 조사가 이뤄졌다.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림 가중을 하는 경우 전국단위에 대한 지지율 해석은 유효하지만, 지역별 지지율은 상당히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역별 수치를 따로 떼어서 보는 건 굉장히 불안정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제시되는 건 해당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1000명 이상의 조사 결과다. 부산 유권자 101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리얼미터·YTN·부산일보 조사에선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38.6%로 민주당(25.9%)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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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다자대결 vs 가상대결
아시아경제·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달 30~31일 조사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박영선 민주당 후보(24.6%)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2.4%)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이는 민주당 박영선·우상호, 국민의힘 나경원·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 무소속 금태섭 후보 등 6명을 모두 놓고 벌인 조사 결과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본선 경쟁력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실제 선거에선 정당마다 후보 한 명만 나오는 데다, 현재 서울시장 선거에선 야권 단일화 일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선처럼 1년 이상 남은 선거라면 많은 후보를 세워놓고 다자대결 조사를 벌이는 게 인지도 측정 방식으론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눈앞에 다가온 선거에선 이런 조사의 의미가 갈수록 약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근 여론조사 기관들이 앞다퉈 실시하는 건 각 정당의 후보를 가정해놓고 벌이는 가상 대결 조사다. 리얼미터는 YTN·TBS의 의뢰를 받아 7~8일 실시한 조사에서 후보를 바꿔가며 양자 대결, 3자 대결 조사를 벌였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가상대결은 38.9% 대 36.3%로 오차범위 내였다. 박 후보와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의 가상대결 역시 39.7% 대 34.0%로 오차범위 내였다.
박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선 40.6% 대 29.7%로 앞섰으며, 3자 대결을 가정한 조사에서도 모두 오차범위 밖 선두를 기록했다. 나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나설 경우 박영선 37.5%, 나경원 25.0%, 안철수 22.7%였다. 오 후보가 출마하면 박영선 37.7%, 오세훈 18.7%, 안철수 26.7%로 조사됐다.
우상호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가정한 조사도 실시됐다. 우 후보는 안 대표, 나 후보, 오세훈 후보와의 양자 대결 조사에서 28.2%, 29.1%, 30.6%로, 모두 경쟁 후보인 안 대표(40.4%), 나 후보(34.4%), 오 후보(32.7%)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우상호 대 오세훈은 오차범위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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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10%에도 못 미치는 낮은 응답률
여론조사 업체들은 과거 유선전화 중심의 조사에서 벗어나, 최근엔 대부분 무선전화나 유·무선 혼합 방식으로 조사하고 있다.
무선조사 방식은 임의로 번호를 생성하는 무선 RDD(Random digit dialing, 무작위 전화 걸기)와 이동통신 3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한 가상번호 방식으로 나뉜다. 문제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무선 RDD 방식의 응답률이 낮다는 점이다. 무선 95%·유선 5% 혼합 RDD 방식으로 이뤄진 조원씨앤아이·시사저널 조사(2~3일)에선 무선전화 번호 15만8032개를 생성해 그중 3만440명과 통화가 성사됐고, 이 가운데 단 957명만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 3.0%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가상번호 방식의 응답률이 늘 높은 건 아니다. 리얼미터·YTN·TBS의 7~8일 조사는 전체 응답률이 7.2%였고, 리얼미터·YTN 주중 집계 정례 여론조사 역시 4.2~4.9%를 기록했다. 반면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이 시행하는 전국지표조사는 응답률이 30%대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기계음으로 하는 ARS 조사 대신 전화면접 방식을 사용하고, 숙련된 면접원이 동일 전화번호에 최대 5회에 걸쳐 통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내용을 말하기 꺼리는 문화적인 차이도 있어, 외국과 여론조사 응답률을 단순 비교하긴 힘들다”면서도 “다만 응답률이 낮으면 이른바 ‘목소리 큰 사람들’이 전체 국민 의견을 과잉 대표할 우려가 있는 만큼, 여론조사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나 각 여론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참조)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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