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로 물러났더니..83세 모리 후임은 '84세 극우'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러나는 모리 요시로(森喜朗·83)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의 후임으로 가와부치 사부로(川淵三郎·84)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고 11일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가와부치 축구협회 회장이 84세로 모리 회장보다 고령이라는 점, 평소 극우잡지를 구독하고 혐한 발언을 일삼았다는 점 등에서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의 수장으로 적합치 않다는 지적이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확산하고 있다.
12일 오후 사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진 모리 회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가와부치 전 회장은 일본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의 스포츠계 '원로'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했던 그는 현역 은퇴 후 국가대표팀 감독을 거쳐 초대 J리그 의장을 맡았고,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선수촌장으로 결정됐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사임 의사를 굳힌 모리 회장은 11일 자신의 절친이자 오랜 동료인 가와부치 회장을 찾아가 "후임을 맡아달라"며 눈물로 호소했고, 가와부치 회장은 "인생 마지막 큰 역할로 여기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락 의사을 밝혔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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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등서 반대 여론 확산
하지만 가와부치 회장의 내정 소식에 트위터에서는 '#가와부치씨의 회장 취임에 반대합니다'라는 태그를 단 글이 확산되고 있다. 가와부치 회장의 그간 행적을 볼때 성차별 발언을 한 모리 회장만큼이나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가와부치 전 회장은 극우적인 역사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우익 잡지인 '월간 하나다(Hanada)'의 애독자라고 밝히기도 했으며, 난징대학살을 부정한 내용이 담긴 극우소설가 하쿠타 나오키(百田尚樹)의 『니혼코쿠키(日本国紀)』를 '걸작'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이 쓴 『반일종족주의』에 대해 "한국인 학자가 이런 책을 출판했다는 데 감동했다"면서 "일본에게 있어 고마운 책"이라는 평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책으로 일제 식민지) 당시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 충분하다"고 쓰기도 했다. 앞서 2019년 1월에는 후지TV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비판하며 "한국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받은 돈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한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있다"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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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무시, '밀실 인사' 비판도
모리 회장이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친구를 후임으로 사실상 지명한데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조직위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가 회장의 선임·해직 권한을 갖고 있는데,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는 "혼란을 초래한 모리씨 본인에 의한 '밀실에서의 후계 지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회장의 선임은 세계의 눈을 의식해 적정한 절차에 근거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아사히 신문에 "(모리 회장과) 마찬가지로 고령인 가와부치로의 교대를 세상 사람들이 납득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12일 조직위원회 회의에서 한바탕 풍파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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