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명암②] 개혁이 두렵다는 사람들 "장악으로 읽는다"

이유림 2021. 2. 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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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순수 목적 사라지고 변질
언론개혁, 선거 전 재갈 물리기 논란
검찰·사법개혁, 제도보다 개인에 초점
선거제 개혁, 되레 민주당 180석 차지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혁, 검찰 개혁, 사법 개혁에 이어 이번에는 언론 개혁을 추진한다. 거짓·불법 정보를 유포해 명예훼손 등 피해를 준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물리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골자다. 유튜브 등 인터넷 이용자뿐 아니라 기성언론, 네이버·다음·구글 등 포털까지 적용된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정의조차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진짜 목적은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막는 데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법안의 내용이나 발의 시점으로 볼 때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 후 추진해온 개혁이 두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은 장악으로 변질돼 순수한 목적이 사라지고, 그로 인한 국론 분열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크다. 또 제도보다 개인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개혁,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없이 수사한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공수처가 악용되면 수사 이첩 요청권을 발동해 정권에 유리한 수사는 진행하고 불리한 수사는 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완전히 불식하지 못했다. 집권세력이 집요하게 시도했으나 끝내 실패한 윤석열 찍어내기도 권력 비리 수사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검찰의 권한을 기소와 공소 유지로 대폭 축소해 힘을 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완전히 폐지하고 검찰의 6대 범죄수사 기능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는 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모든 게 대통령의 안심 퇴임과 노후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고 지적한다.


사법개혁은 제도보다 개인에 집중됐다. 민주당이 사법농단 연루 의혹이 제기된 임성근 부장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야당은 윤석열 찍어내기처럼 개인에 대한 망신주기라고 봤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사실이 녹취록 공개를 통해 확인되면서 판사탄핵의 정당성까지 훼손됐다.


김태규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바뀌니 탄핵이라는 칼이 아주 유용하고 잘 드는 칼이라 자주 쓰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인가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며 "탄핵이 정치적으로 남용되기 시작하면 국민의 지지를 잃은 대통령은 언제든 탄핵의 칼날을 두려워하며 임기를 마쳐야 하고, 법관들도 탄핵의 공포를 품고 눈치 보며 재판과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범여권 정당과 추진한 선거제 개혁도 실패로 끝났다. 양당 구조를 타파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차지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으나 각 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누더기 입법이 되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까지 출현한 결과다. 당시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어떤 정치학자도 개정된 선거법으로 선거제도가 나아졌다고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정부의 개혁 방향에 보수뿐 아니라 진보 진영 인사들도 등을 돌렸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문 정부에 대해 "훗날 권력 연구에 큰 기여를 한 정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는 "문 대통령이 왜 집권했는지 모르겠다. 무슨 국정 철학을 갖고 있는지, 어떤 미래 청사진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검찰에 민주적 통제를 가해야지 또 하나의 권력 기관으로 통제한다는 건 결국 옥상옥이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데일리안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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