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중앙통제' 경제 전략 성공할까.."계획부터 모순"
농업·전력·건설 부문 '비현실적 목표' 지적
전문가 "폐쇄적 계획경제 체제의 한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경제 부문의 '중앙 통제'를 강조하며, 자급자족 기조를 재확인했다.
12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인민경제 모든 부문과 기업체들의 생산물을 중앙집권적·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생산소비적 연계를 맺어주어 수요를 원만히 보장하는 사업체계로 시급히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전원회의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총비서는 "반드시 수입해야 할 물자도 아니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들도 능력껏 사다 쓰라고 하는 것은 경제지도기관들이 자력갱생의 구호를 왜곡해 자기의 책임을 아래 단위에 밀어버리는 가장 전형적인 태만행위"라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국가의 경제권과 통제력이 점차 소실되고 국영기업소들을 비법(불법)적인 돈벌이에로 떠미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간공업부문의 기업체들과 공장들에 노력, 설비, 자재, 자금을 집중적으로 대주고 국가적인 장려·특혜조치를 취하며 수입지표들을 국내생산으로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강조했다.
지난달 8차 당대회에서 천명한 자력갱생·자급자족 기조를 거듭 강조한 김 총비서는 경제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폐단'을 지적하며, 당 경제부장을 1달 만에 교체하기도 했다.
전날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조용원 당 비서가 연단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김두일 경제부장이 일어서 있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새롭게 경제부장직을 맡게 된 인물은 김정은 정권에서 수년간 경제부장을 맡은 바 있는 오수용 당 비서로 확인됐다.
통신은 주요 경제 부문들의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내각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어떤 부문의 계획은 현실가능성도 없이 주관적으로 높여놓고 어떤 부문들에서는 능히 할 수 있고 반드시 하여야 할 것도 계획을 낮추 세우는 폐단들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농업 부문에선 영농자재 보장이 어려운 상황에도 알곡 생산목표를 주관적으로 높였다며 "관료주의와 허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력 부문에서는 "탄광·광산에서도 전기가 보장되지 않아 생산이 중지되는 애로가 존재한다"며 올해 전력생산계획이 현재 수준보다도 낮다는 점을 꼬집었다.
아울러 건설 부문에서 평양 살림집 건설 계획을 축소한 데 대해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며 "올해 평양시에 1만세대 살림집을 무조건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 대회 이후 경제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 단계'부터 어긋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북한식 자력갱생의 모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봉쇄 여파로 '외부 자원' 투입이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내적 자원'을 분배하려다 보니 "분야별 불균형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김 총비서가 지적한 "관료들의 보신주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폐쇄적 계획경제 체제를 아무리 수정하려 해도 개방경제와의 순환이 없으면 자력갱생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김정은식 실험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실패할 경우 무한 숙청이 전개됨으로써 정권 기반도 흔들리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전원회의의 절박성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이번 전원회의에선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에 대한 전사회적 투쟁 강도 강화 △당 중앙위원회 구호집 수정 △노동당규약해설 심의 △조직문제 등이 다뤄졌다.
주요 인사로는 리선권 외무상이 당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됐다. 지난 당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한편 김정은 총비서는 대남·대외부문에 있어선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통신은 "인민군대와 군수공업 부문, 대남부문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해 올해에 확정한 투쟁목표와 사업계획들을 한치의 드팀도 없이 철저히 집행할 것을 중요하게 강조했다"면서도 구체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번 전원회의는 철저한 '대내 다지기'를 통한 미국과의 '힘겨운 정면돌파'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협력을 강조하며 대북정책 수립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시점에서 북한도 대내 결속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경제건설과 사상투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북한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기존에 요구해온 대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선(先)철회, 제재 일부 해제 등 미국의 '우호적 제안'이 없는 한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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