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보고싶다" 어르신 눈물에 요양원 나타난 사다리차

정진호 2021. 2.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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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국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면회가 전면 금지되면서 가족과 함께 설을 보내지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양원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이다. 이 때문에 일부 요양원에서는 스카이차를 동원한 비대면 면회를 시도하는 등 어르신을 위한 눈물겨운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보고 싶다…백신 맞으면 되냐"
인천의 한 요양원에 있는 박모(85) 할머니는 명절이 다가오면서 눈물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박 할머니는 “코로나19 때문에 안 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자식들이 너무 보고 싶다”며 “1년 중 명절이랑 생일만 기다리는데 지난해부터 집에도 못 가고, 자식들이 찾아올 수도 없다”고 했다. 박 할머니는 “백신이 나와서 맞으면 만날 수 있는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지난해 5월 7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대전보훈요양원 비접촉 안심 면회 창구에서 한 가족이 면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요양원에 입소한 박 할머니는 그해 추석엔 요양원에서 외출해 가족과 명절을 같이 보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기 전에는 면회나 외출이 자유롭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설과 추석은 요양원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이었다고 한다.

인천 강화군에 있는 한 요양원의 관계자는 “지난해 전까지는 180여명의 어르신 중 100명 이상이 명절 때가 되면 외출이나 외박을 나갔다”며 “이전엔 설이나 추석이 오기 한 달 전부터 명절을 하루하루 세어가며 기다리는 어르신이 많았지만, 올해는 자녀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오히려 더 속상해하신다”고 요양원 분위기를 전했다.


명절에도 휴대전화로 화상 면회
일부 요양원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까지 면회 금지가 이어지면서 어르신과 가족의 비대면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태블릿PC를 이용한 영상통화는 기본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요양원은 지난해 3월부터 어르신과 가족들이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천 하나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를 찾아 온 손녀가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하고 있다. [하나요양원 제공]

지난해 3월부터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양영애(95) 할머니는 “가끔 하는 화상통화가 그래도 낙이다. 2층 창문 앞에 서서 (요양원)밖에 서 있는 자녀들과 전화로 얼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시절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만, 영상통화를 하다 보면 더 보고 싶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올해 설을 요양원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생들과 노래를 부르면서 보내기로 했다.


가족과 주고받는 영상편지
경기도 파주의 정원노인요양원은 10일 설을 맞아 영상편지 상영회를 열었다. 요양원 어르신들의 가족이 보낸 영상편지를 함께 시청하는 행사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날 수 없다 보니 어르신들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아들, 딸은 물론 손자와 손녀까지 영상편지 보내기에 동참했다. 이날 스크린으로 영상편지를 본 어르신들은 손주의 재롱에 웃거나 "보고 싶다. 왜 그 안에 있느냐"고 눈물을 흘렸다.

경기 파주 정원노인요양원에서 10일 열린 영상편지 상영회. 가족들이 어르신에게 보낸 영상편지에서 손자와 손녀가 인사를 하고 있다. [정원노인요양원 제공]

이 요양원은 어르신들이 직접 출연해 새해 덕담을 전하는 영상을 촬영한 뒤 각자의 자녀에게 전송하기로 했다. 자녀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는 않을까 조심하라는 덕담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박은정 정원노인요양원 복지팀장은 “어르신들이 코로나19 상황은 알아도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이 큰 것 같다”며 “코로나19 초기에는 요양원 입장에서도 제한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기만 했는데 이제 적극적으로 화상 면회나 영상편지 행사를 하니까 어르신들도 점차 이해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카이차 아이디어도 "추석엔 달랐으면"
인천의 하나요양원은 스카이차를 대여하기 위해 비용까지 계산해봤다고 한다. 보호자가 스카이차를 타고 외부에서 2층 창문까지 올라오면 창을 사이에 놓고 어르신이 얼굴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강순영 원장은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어르신과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며 “견적까지 냈지만, 보호자들이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 실현은 못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추석엔 어르신들이 아쉬움에 눈물 흘리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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