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서 건져낸 이연복 '늦둥이'.."댕냥이 의료보험을" [그 셀럽의 반려생활]

전수진 2021. 2. 12. 1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연복 셰프와 '생일이.' [이연복 셰프 페이스북]


중식 요리의 대가 이연복 목란 셰프. ‘사부님’으로 통하는 그가 지난해 1월 늦둥이를 봤습니다. 똘망똘망 눈동자와 호기심 가득한 에너자이저 아들녀석이라네요. 아빠를 한시도 가만히 안 두는 이 재간둥이 녀석의 매력 포인트는 윤기 좔좔 하얀 털에 풍성한 꼬리랍니다. 네, 맞습니다. 이연복 사부의 늦둥이 녀석은 반려견 ‘생일이’입니다.

반려인 1000만 시대라고들 하죠. 그 중엔 스타와 셀럽도 많습니다. 반려동물 사랑이 각별한 셀럽을 찾아 그들의 슬기로운 반려생활을 들여다보는 ‘그 셀럽의 반려생활.’ 1회엔 이연복 사부와 생일이를 찾아갔습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생일이에겐 버려졌던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지난해 1월 하수도에서 끙끙거리고 있던 녀석을 발견했을 땐 눈도 뜨지 못했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구조는 됐지만 유기견 센터로 보내졌고 이틀 후면 안락사를 앞두고 있었죠.

이 소식을 인스타그램에서 접한 이연복 사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가족도 한마음이었죠. 바로 댓글을 달았다고 합니다.
“저 이연복 셰프인데요, 입양하겠습니다.”

생일이 사진을 보여주는 이연복 셰프, 아빠미소가 만개했네요. 사진 촬영을 위해서만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방역 수칙 철저히 준수하며 인터뷰와 촬영 진행했습니다. 우상조 기자


그렇게 데려온 녀석. 병원부터 갔죠. 눈을 못 뜨길래 앞을 못 보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유기된 후 입은 상처로 눈에 진물이 고였던 거였습니다. 눈은 떴지만 녀석의 뱃속엔 회충이며 기생충이 가득했고, 반려인들에겐 악몽과 같은 파보 바이러스에도 감염된 상태였다네요. 동물병원 원장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살아날 가능성은 절반 정도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수도 있어요.”

이연복 사부의 지극정성이 통했는지, 녀석은 장시간 수술에도 잘 버텼고 약 보름간 입원 뒤 완쾌, 사부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으로 무사히 왔다고 하네요.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 한 번 보고 가실께요.

위가 구조 직후 생일이. 아래는 최근 생일이의 늠름한 모습입니다. [이연복 셰프 페이스북, 합성]


이젠 어찌나 활기가 넘치는지, 이연복 사부가 가끔 혼자 있고 싶어서 도망을 가야 할 정도라고 하네요. 이연복 사부가 방송에 나올 때면 아빠가 왜 저기 있느냐는 듯 ‘멍멍’하고 짖기도 하고요. 아빠 사랑이 대단한 생일이랍니다. 이름 ‘생일이’는 구조된 첫날을 새로 태어난 날처럼 기념하자는 의미에서 이연복 사부가 직접 지어줬다고 합니다.

이연복 사부의 동물 사랑은 유명하죠. 이사를 하면서 임차인을 구할 때도 이연복 사부가 내걸었던 조건은 ‘캣맘인 분’이었다고 합니다. 이연복 사부 집 근처에서 사는 7~8마리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거죠. 갑자기 아이들이 먹을 게 없어질까 봐 내걸었던 조건이었다고 합니다.

이연복 셰프가 돌보았던 길냥이 '기절이.' 한 번 사료를 잘못 먹고 기절했다 깨어나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연복 셰프 페이스북]


그런데도 최근 수년간은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가 없었다고 해요. 전 반려견이었던 초코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서 겪은 슬픔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초코는 갈색 푸들이었는데요, 파양의 아픔을 겪은 적이 있는 아이를 입양했었다고 합니다. 이연복 사부 얘기를 직접 들어보실까요.

“초코는 개량 푸들이었는데, 그렇게 예쁘게만 사람들이 만들어낸 아이들은 병치레가 많거든요. 병원에도 자주 갔죠. 그래도 건강하게 10년 정도를 살았는데 어느 날 밤에 자꾸 우리 부부에게 와서 낑낑대는 거예요. 와이프가 ‘초코야 왜 그러니’라고 안아서 쓰다듬어 주니 그때 갑자기 고개를 떨구며 저세상으로 갔어요.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던 거죠.”
지금도 이연복 사부의 부인 핸드폰 화면엔 초코가 환히 웃고 있습니다.

이연복 셰프의 부인 핸드폰 화면의 '초코.' 전수진 기자


이연복 사부가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세 가지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이겁니다.

이연복 사부님이 중앙일보 독자님들을 위해 직접 쓴 글입니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니, ‘판매’ 또는 ‘구입’이라는 말 대신 ‘입양’이라고 표현하자는 뜻이네요.
“동물도 기르다 보면 우리 가족이 되잖아요. 버린다는 것도 이해를 할 수 없어요. 어떻게 자기 아이를 버릴까요? 어떤 분들은 ‘어렸을 때 귀여운 모습이 사라지면 버린다’는 분도 있던데, 그럼 아이도 커서 속 썩이면 버리실 건가요?” 최근 들어 유기는 물론 학대 사례까지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 이연복 사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은 해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사람마다 동물을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죠. 하지만 학대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연복 셰프는 동물학대를 얘기하며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상조 기자


두 번째는 입양을 하고 싶으신 분들께 전하는 당부인데요. 입양을 하기 전에 내가 한 생명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해보고 입양을 해달라는 메시지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사실 돈도 많이 듭니다. 병원비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에너지도 많이 들고요. 믹스견 아이들은 오히려 건강한 편이지만 요즘처럼 개량한 아이들은 잔병치레가 많아요.”
반려견의 경우는 산책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도 강조하더군요. 방송에 레스토랑 경영에 눈코 뜰 새 없는 이연복 사부도 생일이를 위해선 하루 1시간 꼭 산책을 하며 운동도 한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정부에 전하는 요청사항입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보험체계를 세워달라는 건데요. 배경은 이렇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유기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동물)병원비가 너무 비싸거든요. 월급에만 의존해선 감당이 안 될 수준이기도 합니다. 병원이 워낙 천차만별이고, 아이들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을 못하니, 우린 병원에서 청구하는 대로 응할 수밖에요. 일부 나쁜 병원에선 그걸 악용하니 병원비가 감당이 안 되는 거죠. 이제 반려동물도 가족인 만큼, 의료보험 체계가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생일이와 이연복 사부의 스토리를 담은 영상으로 마무리하며, 반려동물과 행복한 설 연휴 보내세요~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 우상조 기자, 영상 편집 우수진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