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김치 종주국..김치 무역수지 11년째 적자
김치가 자국 음식이라는 주장이 중국에서 나와 논란인 가운데, 한국은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김치를 수출했다. 그러나 김치 무역에서는 11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입량이 워낙 많아서다. 건강 관련 식품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진 올해 한국은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4451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7.6% 급증했다. 지난 2012년(1억661만 달러) 최고 기록을 8년 만에 갈아치웠다. 5년 전인 2015년(7354만 달러)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규모다.
김치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이 김치로 벌어들이는 돈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지난해 한국이 사들인 김치는 전년 대비 16.4% 늘어난 1억5243만 달러어치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 무역수지는 791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값싼 중국산 김치의 물량 공세 때문이다. 대부분 영세 식당이나 단체 급식소에서 비용 절감을 이유로 중국산 김치를 사들인다. 지난해 중국으로부터의 김치 수입액은 1억5242만 달러다. 전체의 99.9%를 차지한다. 반대로 중국으로의 김치 수출은 30만 달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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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김치, 국산 가격의 3분의 1”
김치 무역수지가 처음부터 적자를 기록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만 해도 7864만5000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산 김치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흑자 규모는 점차 감소했고, 급기야 2006년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중국에서 멜라닌 분유 파동 같은 식품 안전 이슈가 불거지면서 2009년 김치 수입이 일시적으로 급감해 무역수지가 반짝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유통업계에서는 김치 수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임대료 부담에 ‘값싼 김치’를 찾는 영세 음식점들이 많아서다. 중국에서도 한국 시장을 노리고 산둥성을 중심으로 김치 제조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은 “식당이나 급식에 납품하는 김치의 경우 중국산이 국산 가격의 약 3분의 1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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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김치 수출은 역대 최대
다행히 긍정적인 점은 김치 무역수지 적자가 최근 4년 동안 꾸준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김치 업계도 앞으로의 수출을 밝게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가정식 소비가 증가하고, 발효식품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며 세계 김치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일본·미국·호주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가별 수출액을 보면 일본이 71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8.8% 늘어 전체의 절반가량(49.2%)을 차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5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김치를 먹는 습관이 새롭게 생긴 소비자도 있어 긴급사태 연장 속에서 성장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55.7% 늘어난 2306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호주로의 수출도 564만 달러로 61.6% 급증했다.
지난해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장마로 배추 등의 작황이 부진했는데도 무역적자 폭을 좁힌 것 역시 긍정적이다. 지난해 8월까지는 누적 흑자를 기록하던 김치 무역수지는 9월 배춧값 등이 2배 이상 급등한 시기와 맞물려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김치 채소 작황이 좋을 경우 무역수지 개선에도 힘을 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는 국산 김치 수요를 늘리는 데 집중하면 무역수지 개선을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하연 회장은 “정부가 납품용 김치를 생산하는 국내 영세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해 가격 경쟁력을 키우면 중국산 김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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