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코로나, 뜻밖의 효과..MZ세대 '오하운' 열풍
코로나19와 함께 1년을 보내면서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특히 집콕,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생활이 느슨해지고 목표·계획했던 것들의 상당수를 이루지 못하게 된 것에 무기력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취업준비 2년차에 접어든 이모(26)씨는 지난해 말부터 매일 풀업(턱걸이) 10회를 하며 생활에 활력을 되찾았다고 했다. 이씨는 7일 “코로나로 취업문도 좁아지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생활이 길어지니 인생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몸이라도 움직여야 할 것 같아 풀업바를 구매했는데 이제는 풀업 10회도 거뜬하게 하고 몸도 건강해지는 내 모습을 보니 매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MZ세대 사이 이 같은 움직임은 관련 소비의 증가로도 나타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JAJU)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홈트레이닝 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특히 2030대의 구매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G마켓에서도 운동기구 카테고리는 전년 대비 55% 신장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는 지난달 경영·경제·자기계발 도서의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7배, 학습·사전·참고서는 3배가 늘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두 카테고리는 34세 이하 이용자의 거래 비중이 약 86%를 차지했다”며 “올 초 MZ세대를 중심으로 ‘미라클 모닝’ ‘나만의 루틴’ 등 소소한 성취를 SNS에 적극 공유하는 트렌드와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청년층이 자기계발, 자기관리에 열중하는 게 1~2년 된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랜선에서 각자의 도전을 공유하고 서로 격려해주는 문화는 더 활발해졌다. 자격증 취득이나 영어성적 올리기 같은 스펙 중심의 도전보다 ‘오전 6시 기상하기’ ‘하루에 물 몇 잔 마시기’ ‘아침 요가하기’ 같은 습관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도전이 주를 이루는 것도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김지은(34·가명)씨는 고등학교 동창 6명과 함께 지난해 9월부터 미라클모닝을 6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매일 오전 7시에 줌(Zoom)에서 만나 각자 30~40분씩 홈트레이닝 하는 모습을 공유한다. 김씨는 “혼자서 홈트를 하다보면 연속성을 갖기가 힘든데 친구들과 같이 하니까 덜 지루하고 의욕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하루 이틀 빠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서로 격려해주면서 하다 보니 건강한 루틴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처럼 랜선으로 함께 도전을 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성과를 공유하며 독려하는 경우도 많다. 그 방식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인스타그램이 있다. ‘#미라클모닝’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만 약 26만개에 달하는데, 각자의 도전을 게시글로 올리고 같은 도전을 하는 사람들끼리 랜선으로 응원하며 소통한다. IT기업에서 일하는 현모(36)씨는 “친한 직장 동료 5명과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매일 다이어트 식단을 공유하고 서로의 운동 시간을 체크해주고 있다”고 했다.
자기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휴넷이 지난해 8월 출시한 성장관리 앱 ‘그로우’(grow)는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만을 돌파했다. 지난달 초에는 일일 다운로드가 2000건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로우 앱은 비전 관리, 목표 관리, 감사 일기 등 개개인의 성공 습관을 돕는다. 그로우 관계자는 “앱 사용자 중 2030대의 비중은 40% 정도”라며 “2030대는 일찍 일어나기, 아침 요가·명상, 독서·신문읽기, 홈트레이닝 등 일상적인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챌린지들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이런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자기관리를 너무 엄격하게 한 나머지 오히려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스로를 너무 엄격하게 통제하게 되면 오히려 정신건강이나 웰빙에 역행할 수도 있다”며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한 케어에도 신경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진영 문수정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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