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테니스병 자취 감췄다" 입대 가능한 남성 절반이 증발
미래 출생률 30% 수준 폭락
입대 가능 남성 부족 못 막아
미·영·프 선진국에서 배워야
“요즘도 소위 말하는 ‘테니스 병’ 운용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수화기 넘어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야전부대 군 관계자는 “요즘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부대에 배치된 병력이 부족해 당장 임무를 수행하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대형 함정과 장비가 늘어난 해ㆍ공군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고 한다. 해군 관계자는 “전투함에 배치할 병력이 모자라 지상 근무자를 최대한 줄이고 차출해 채우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검열 부서에서 병력을 허투루 운용하는지 수시로 현장 점검도 나온다”면서도 “공군 기지는 면적은 넓은데 병력은 턱없이 부족해 필수 임무가 아닌 다른 일을 맡기려고 해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병력이 넉넉하지 못한 게 요즘 군의 현실이다. 휴가ㆍ외출 등으로 빠지는 병력까지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고 현장에서 입을 모은다.
군 구조를 줄이고 병력을 감축한 이유는 인구감소 때문이다. 지난달 3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등록 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이는 1년 전보다 2만838명(0.04%) 줄었다.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나마 턱걸이 수준이던 병력은 불과 10년 정도 지나면 ‘마이너스’ 단계로 진입한다. 2025년이면 연간 병사 충원 병력(병력충원)은 약 29만명으로 떨어진다. 한동안 한국군 구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병력(필요병력)인 30만명 수준을 겨우 채우게 된다.
게다가 2033년이면 연간 병력충원은 필요병력인 30만명 수준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병력이 부족해 군대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당장 내년부터 출생률이 2배로 뛰어오르지 않는다면 피할 수 없는 결과다.
미래의 병력 충원 규모는 연도별 출생자를 기준으로 ▶만 20세 생존확률(98.9%) ▶간부 충원 인원(약 1만명) ▶현역 복무 판정률(90% 수준) ▶병사 복무 기간(육군 기준 18개월)을 적용해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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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18만명, 앞으로 6년 10만명 줄어
시간이 지날수록 위기는 더 심해진다. 2033년부터 불과 6년 사이에 10만명 이상 줄어든다. 2019년에 태어난 남자는 지난해부터 입대하는 2000년생 33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만명이다.
최근 태어난 세대가 입대하는 2039년 병력충원은 18만 9000명까지 떨어진다. 필요병력 30만명의 60% 수준을 겨우 넘어선다.
인구감소는 절벽 수준이다. 출생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통계청이 2018년 출생률을 기준으로 추정한 인구 변화에 따르면 2040년께 연간 남성 출생자는 2000년과 비교해 30% 수준인 약 11만명까지 떨어진다.
정부에 시급한 불이 떨어졌다. 특히 국방을 책임진 군대의 고민이 깊다. 국방부는 2018년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인구 감소 대비 방안을 보완했다.
‘미래 군 구조’ 계획에 따라 병력은 약 61만명(2018년)에서 약 50만명(2023년) 수준으로 10만명 이상 대폭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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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복무 병사 줄이고 여군 확대
20대 초반에 징집돼 의무 복무를 하는 병사 규모는 42만명에서 30만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병력대비 비율은 69%에서 60% 수준으로 떨어진다. 한국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반면, 직업 군인의 비중은 늘어난다. 총 병력을 줄이면서도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 규모는 19만 8000명에서 19만 7000명으로 제자리걸음을 해 사실상 늘어난 효과를 본다. 총 병력대비 비율은 32%에서 40% 수준으로 많이 늘어난다.
간부 중 여군 비율은 ▶6.8%(2019년) ▶7.4%(2020년) ▶8.1%(2021년) ▶ 8.8%(2022년)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늘어 1400여명이 증가한 1만 7000명에 도달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장기적으로 20%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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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극복 어려운 위기 또 온다
이와 같은 병력 구조 변화를 추진해도 2040년대에는 기존 방식으론 군대 유지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해외 사례처럼 민간인력 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미군은 군인으로만 국방에 필요한 사람을 채우진 않는다. 민간인(공무원, 군무원, 민간업체 위탁 등) 규모는 군 병력 대비 52% 수준이다. 미군의 민간인력 활용 분야는 공보ㆍ군수ㆍ수사ㆍ재무ㆍ정보ㆍ정비ㆍ획득 등 다양한 비전투 분야를 포함한다.
영국(38%)과 프랑스(30%)에서도 민간인력에 크게 의존한다. 국방에서 민간이 비율이 높다고 이들 국가의 국방력이 약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5.5%)은 일본(8%)과 터키(7.6%)보다 낮다. 민간인 비율을 확대하면 병력은 줄어도 국방 분야에 종사하는 전체 인력 규모는 유지할 수 있다.
주한미군과 함께 근무하는 군 관계자는 “미군은 민감한 정보부서에도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다”며 “군인은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전장에 뛰어드는 임무에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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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투 분야 민간인 활용 높여야
국방부와 군대 내 민간인 정원을 늘리지 않는 방법도 가능하다. 군이 수행하는 업무 중 전투근무 지원 분야와 외주(outsourcing)가 가능한 부분은 외부 민간인력 활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미군은 일부 전투 임무에도 민간인을 투입한다. 부대 외곽 경비뿐 아니라 병력과 장비 호송 임무도 민간 영역에 맡긴다. 한 군 관계자는 “미군처럼 군대는 소규모 신속대응팀을 꾸려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고, 외곽 경비는 민간 업체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예산만 배정하면 당장에라도 민간 활용이 가능하다. 군대가 민간군사기업(PMC)이나 경비 전문업체에 경비 임무를 위탁하는 방안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인을 고용해 경비뿐 아니라 시설관리 등 다양한 기지 운영 임무를 맡겼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
내부 개혁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군 관계자는 “예비사단을 통ㆍ폐합하는 방안 등 조직을 완전히 바꾸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방개혁의 속도가 줄었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개혁 정책을 잘 아는 소식통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국방개혁을 이미 완료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오히려 후퇴하는 조짐도 여럿 보여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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