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방귀세' 생길 뻔..자동차 가스보다 독한 소 방귀
사람 위해 모두 바치는 소의 일생
메탄가스 배출, 산림 파괴 초래도
2021년 설날입니다. 올해는 육십 간지의 38번째인 신축년(辛丑年)으로 소띠 해입니다.
신(辛)이 흰색을 뜻하기 때문에, ‘흰 소의 해’로 불립니다.
소는 풍요와 힘을 상징하고, 재산을 의미하지요.
영어로 소를 뜻하는 ‘cattle’은 자본을 뜻하는 capital과 동일한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로마자 알파벳 첫 글자 A가 뒤집어진 소의 머리를 나타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소는 인류 문명과 궤를 같이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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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화된 것은 약 1만 년 전
사실 인류와 소는 문명 이전에, 드넓은 사냥터에서 만났습니다.
3만6000년 전에 그려졌다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에는 들소(bison)가 등장합니다.
1만9000~1만7000년 전에 그려졌다는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에는 지금은 사라진 소의 조상 오록스(aurochs)의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오록스는 원래 유럽·북아프리카와 아시아 곳곳에 분포했습니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전쟁기’에도 오록스에 대한 묘사가 나옵니다.
숫자가 줄어든 오록스는 1627년 폴란드에서 마지막 남은 개체가 숨을 거두면서 멸종했습니다.
소가 가축화된 것은 1만1000~8000년 전입니다.
서아시아에서 혹이 없는 타우린 소(Bos taurus taurus)가, 남아시아에서는 혹이 있는 인디신 소(Bos taurus indicus, 혹은 zebu 소)가 가축화됐습니다.
멸종된 오록스(학명 Bos primigenius)가 이들 인디신 소와 타우린 소의 조상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고 했습니다.
살아있을 때 소는 달구지와 쟁기를 끌고 연자방아를 돌리는 동력원으로 쓰입니다. 우유도 제공합니다.
죽은 다음 고기는 물론 내장까지도 먹을거리로 내놓습니다.
소가 남긴 뿔과 가죽도 공예품이나 악기, 옷과 신발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합니다.
하지만 남은 하나 소의 하품(트림)과 방귀는 문제가 됩니다.
바로 그 속에 메탄(CH4)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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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위를 가진 반추동물
소가 메탄을 배출하는 것은 특이한 소화기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이나 염소 등 다른 반추동물과 마찬가지로 소의 위장은 네 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첫 번째 위 반추위(혹위, 양), 두 번째 위 (그물위), 세 번째 위(천엽), 네 번째 위(막창)가 그것입니다.
소는 뜯어먹은 풀은 반추위에 저장했다가 다시 입으로 가져와 씹으면서 소화효소와 섞은 뒤 다시 삼키게 됩니다.
이때 생긴 즙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위로 바로 넘기고, 고체 덩어리는 반추위에서 최대 48시간 저장하면서 미생물이 목초의 섬유질을 분해할 시간을 줍니다.
세균·곰팡이·원생동물 등 미생물은 휘발성 지방산을 만들고, 소는 이를 흡수해서 에너지원으로 활용합니다.
반추위가 미생물 발효통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반추위에서 자란 미생물은 네 번째 위에서 소화 흡수돼 단백질 공급원 역할도 합니다.
미생물이 성장하고 발효하는 과정에서 메탄 생성 세균은 메탄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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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
메탄 배출량은 사료의 종류·품질·섭취량에 따라, 소의 크기나 생장률, 환경 온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해외 연구에 따르면 젖소의 하루 메탄 배출량은 151~497g, 육우는 161~323g 정도 됩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소 한 마리가 자동차 한 대보다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승용차가 1㎞를 달릴 때 이산화탄소 100g을 배출하고, 이 차가 하루 35㎞씩 주행한다고 했을 때, 하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5㎏이 됩니다.
소가 하루 배출하는 메탄이 250g이라고 했을 때,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6.25㎏으로 승용차 두 배 가까이 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15억7000마리의 소가 있습니다.
이들 소가 모여 한 나라를 이뤘다고 가정하면, 이 소의 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3위 국가가 됩니다.
중국·미국 다음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2003년 가축 머릿수에 따라 ‘방귀세’를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다 축산농민의 반대로 백지화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소에게 특수한 사료를 먹여 메탄 배출량을 줄이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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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소비 줄여 기후 위기 벗어나야
소와 관련된 환경 문제는 메탄만 있는 게 아닙니다.
소가 내놓은 배설물은 사람 16명의 몫에 해당하는데, 이로 인한 수질과 토양오염 문제가 있습니다.
소를 방목하기 위해, 사료로 제공할 콩을 재배하기 위해 사람들은 열대우림이 파괴합니다.
소에게 먹일 사료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을 고려하면, 우유 1L를 생산하는 데는 물이 1000L가 필요하고, 쇠고기 1㎏을 생산하는 데는 물 1만5500L가 들어갑니다.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는 가축 사육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폴 호킨의 책 ‘드로우다운’에 따르면 육식을 줄이는 것은 냉장고 효율을 개선하는 것, 해상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것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줄일 수 있는 해법입니다.
적정량보다 더 많은 단백질을 섭취하는 미국·캐나다 등지에서는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장 육식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인의 경우 단백질 섭취량을 줄일 필요는 없겠지만, 식물 단백질 비중을 높일 필요는 있습니다.
또,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 돼지고기보다는 닭고기를 섭취해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소띠 해에 소를 꼬집는 얘기라서 마음에 걸립니다.
소의 잘못이 아니라 이것도 결국 사람을 탓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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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 숫송아지들은 어디로 갈까
내친 김에 하나 더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젖소 숫송아지 문제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타임스(NYT)에서 다룬 내용이기도 합니다.
젖소에서 우유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암컷 젖소를 주기적으로 인공수정을 시키고, 송아지를 낳게 합니다.
그래야 우유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거죠.
젖소가 낳은 암송아지는 우유를 얻고 새끼를 얻기 위해 기릅니다.
하지만 숫송아지는 태어나자 마자 다른 곳으로 보내 바로 도축합니다.
숫송아지는 도축될 때까지 며칠동안 아무 것도 먹이지 않아 잘 걷지도 못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암소도 뿔과 꼬리를 잘린 채 좁은 곳에서 우유를 생산하다가 4~5년 지나 우유 생산량이 떨어지면 도축됩니다.
20년은 살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동물 복지 운동가와 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과학자들이 소의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송아지를 엄마 소와 같이 기르는 게 엄마 소에도 도움이 됐고, 뿔과 꼬리를 자르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송아지에게 젖을 먹여도 엄마 소가 우유를 더 많이 생산, 손실도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송아지를 바로 떼어내지 않고,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농가도 생겨나고 있다고 NYT는 전합니다.
소띠 해에 소들도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su@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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