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구청은 시끌벅적.. 반려견 30마리가 모인 까닭은?
“우리 아이가 사회성이 좀 부족해요. 토요일까지 잘 부탁드릴게요.”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전 9시10분. 서울 노원구청 대강당을 찾은 홍모(57)씨가 구청 직원에게 신신당부했다. 홍씨는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 밥은 여기 담겨 있는 걸로 주세요”라며 종이봉투를 함께 건넸다. 홍씨의 손을 떠나 구청 직원에게 안긴 것은 요크셔테리어 품종의 반려견 ‘잔디’였다. 곧이어 비숑프리제 품종의 또 다른 반려견이 강당에 들어서자 눈을 마주친 반려견들이 서로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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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 반려견 쉼터 문 열자 문전성시
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 맞이한 설 연휴 기간에 노원구청 2층은 난데없는 ‘개 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 11일부터 3일간 구민들의 반려견을 대신 맡아주는 노원구의 ‘설 연휴 반려견 안심 쉼터’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부터 매해 설날과 추석 연휴 기간에 문을 연 이 쉼터는 올해로 운영 4년째다. 이날 반려견을 데리고 구청을 찾은 견주(犬主)들은 발열체크와 QR코드 인증을 하고 등록데스크에서 ‘쉼터 이용 신청서’를 작성하느라 분주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귀성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구청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집을 비워야 하는 구민들을 위해 쉼터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선욱 노원구청 동물보호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설 연휴 기간에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오히려 구민분들께서 먼저 쉼터 이용을 문의하실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지난달 가구당 1마리씩 30마리의 쉼터 이용 반려견을 선착순으로 모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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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대강당에 반려견 30마리 뛰놀아
대강당 안에는 알루미늄 뼈대에 강화유리를 붙여 좌·우·높이 80cm 길이로 30개의 공간을 구분한 칸막이가 설치됐다. 호텔장이라 부르는 이곳에는 반려견이 누울 수 있는 쿠션과 사료·물을 담는 그릇이 놓였다. 강당 중앙에는 철제 울타리를 둘러 반려견들이 뛰어놀 수 있는 두 곳의 놀이터 공간을 마련했다. 놀이터 안에서 반려견 7~8마리는 서로 냄새를 맡으러 돌아다니거나 펫시터가 던지는 장난감을 쫓아 뛰어다녔다. 이따금 영역 표시를 위해 철제 울타리 인근에서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는 반려견도 있었다.
반려견 쉼터는 구청이 임시로 고용한 3인 1조의 펫시터(pet sitter·반려동물을 돌보는 사람)가 교대로 반려견을 돌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펫시터가 상주하고 야간에는 반려견을 호텔장에 넣고 CCTV로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최하은 펫시터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생 후 6개월 이상, 8kg 이하의 소형견만 모집했다”며 “동물등록과 광견병 예방접종을 마친 반려견 중에서 임신기나 발정기인 경우는 이용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쉼터에 맡겨진 반려견의 품종은 푸들·웰시코기·폼피츠·말티즈·포메라이언·스피츠 등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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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찾은 저마다의 사연
연휴 기간 반려견 쉼터를 찾은 시민들의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유기견이었던 닥스훈트 품종의 ‘루카’를 기르고 있다는 김모(39)씨는 지방 출장으로 인해 쉼터를 찾았다. 김씨는 “건설 현장을 찾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데 연휴 기간에 루카를 맡아줄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며 “다행히 구에서 전문 펫시터와 함께 안전하게 반려견을 맡아준다고 해서 이용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는 반려견의 상태가 궁금한 견주를 위해 하루에 2회씩 반려견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들의 이용도 이어졌다. 이날 부인과 함께 경남 창원에 내려가는 김모(36)씨는 2년간 키워온 비숑프리제 품종의 반려견을 데리고 쉼터를 찾았다. 김씨는 “반려견을 집에 혼자 두기에도 그렇고, 먼 길을 데려가기에도 난감했다”며 “애견호텔에 맡기면 작은 공간에 가둬두기 마련인데 여기는 넓은 대강당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풀어놓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3일간의 쉼터 이용비는 5000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반려견의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쉼터를 찾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추석에도 쉼터를 이용했었다는 안모(19)씨는 “다른 강아지들과 만나면 서로 놀고 냄새도 맡고 그래야 하는데 코코(안씨의 반려견)는 짖기만 할 뿐”이라며 “이곳에서 3일간 여러 강아지들과 함께 지내며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이번에도 다시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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