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몰고온 '브릿팝' 수난시대..엘튼 존이 뿔났다
브리티시 팝을 대표하는 가수 엘튼 존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영국 음악 산업이 망가졌다며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엘튼 존은 7일(현지시간) 가디언지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브렉시트 협상가들은 음악가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면서 "영국 정부는 재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음악은 영국의 가장 위대한 문화 수출품 중 하나인데 58억 파운드(8조9000억원)짜리 음악 산업이 브렉시트 무역협상에서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음악인협회에 따르면 영국의 음악·공연 업계 종사자는 20만명 이상이다.
엘튼 존은 기고문에서 브렉시트로 당장 영국 음악인들이 유럽 투어에 나서는 것부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까다로운 서류 작업에다 관련 비용까지 대폭 늘어나게 된 영향이다.
유럽연합(EU)의 지붕 아래 있을 때는 영국 음악인들이 자유롭게 유럽 국가를 오가며 공연했다. 유럽 투어로 수입의 절반 이상을 올리는 영국 음악인도 44%에 달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국가별로 비자 혹은 취업허가증(work permit)을 발급받아야 해당 지역에서 공연할 수 있다. 또 악기를 실은 화물차량이 국경을 넘을 때마다 필요한 카르네(자동차가 유럽 국경을 통과할 시 무관세 허가증)를 발급받고, 수수료도 물어야 한다.
엘튼 존은 "새로운 규정은 '행정적 악몽'이고 후배 음악인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 비틀스도 투어를 통해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영국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연 인력의 유럽 무비자 방문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청원에도 28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얻으면 의회는 해당 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게 된다.
앞서 지난달에도 영국의 유명 팝가수, 록밴드, 클래식 음악가 등 100여명이 일간 더타임스에 공개서한을 보내 음악인 무비자 투어가 가능하도록 유럽 국가들과 협상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서한에는 엘튼 존 외에도 전설적인 밴드 퀸의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를 비롯해 라디오 헤드, 오아시스의 리암 갤러거, 스팅, 에드 시런, 핑크 플로이드 출신의 가수 로저 워터스, 베를린필의 수석을 지낸 클래식 음악가 사이먼 래틀 등이 이름을 올렸다.
라디오 헤드의 베이시스트 콜린 그린우드는 “투어와 숙박 비용이 이미 매우 큰 데 브렉시트로 인해 추가 서류 작업 비용과 기타 지출까지 부담해야 한다"면서 "수십 년간 협업해온 네덜란드·독일·프랑스 음향기술자들도 잃게 된 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영화 노팅힐의 주제곡을 부른 로난 키팅은 BBC방송에 "브렉시트 이후의 라이브 음악 산업은 '파멸' 상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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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EU 수출물량 68% 급감.."검사 대기하다 고기 상해"
브렉시트의 파장은 음악뿐 아니라 영국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영국이 항로와 육로로 EU에 수출한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복잡해진 통관절차가 수출이 급감한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먹거리는 원산지 보증과 관세 신고 등 갖춰야 할 서류가 워낙 방대해 수출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AP통신은 "위생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고기가 트럭에서 썩어버리는 실정"이라며 "스코틀랜드 어부들은 복잡한 서류 작업으로 EU로 수출하는 생선 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항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나비효과'에 양봉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BBC는 영국 내 양봉업자들이 브렉시트 이후 새롭게 발효된 법에 따라 해외에서 꿀벌을 수입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양봉업자들은 영국 내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주변국에서 꿀벌을 수입해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양봉업자들은 꿀벌 수입이 막힐 경우 자연 생태계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자연수분을 돕던 꿀벌이 줄면 주변 농작물 생육에 영향을 줄 것이란 얘기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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