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불붙인 '포르노 제왕'..'허슬러' 래리 플린트 사망
"살인은 불법이지만 그것을 촬영해 뉴스위크에 실으면 퓰리처상을 받는다. 섹스는 합법이지만 그것을 촬영해 잡지에 실으면 감옥에 간다. 무엇이 더 해로운가"
미국에서 가장 격렬한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불붙인 문제적 인물, 포르노 잡지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가 7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10일(현지시간) 동생인 지미 플린트를 인용해 그가 로스앤젤스(LA)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WP는 “플린트는 미국에서 가장 악명높은 외설물 제작자 중의 한 명이자 자칭 ‘수정헌법의 챔피언’”이라며 “반복적으로 고소·기소되거나 모욕죄로 수감되면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켄터키주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플린트는 고등학교를 미처 마치지 못했다. GM 공장 등에서 일하던 그가 포르노 업계에 발을 들인 건 1968년. 동생과 함께 오하이오주에서 스트립바인 ‘허슬러 클럽’을 열었다. 그는 클럽을 홍보하기 위해 ‘허슬러’란 뉴스레터를 만들었고, 이것이 74년 포르노잡지 ‘허슬러’의 창간으로 이어졌다.
‘허슬러’ 발행은 플린트를 단번에 논쟁적 인물로 부상시켰다. 성행위와 성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사진이 ‘허슬러’에 실렸다. 여성의 나체 사진 정도를 실었던 기존의 성인잡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허슬러’는 미국의 3대 포르노잡지(플레이보이·펜트하우스·허슬러)중 가장 저속하고 노골적인 사진을 싣기로 악명 높았다. 로이터 통신은 “허슬러에는 제한이 없었다”고 표현했다.
잡지는 발생부수 300만부에 달할만큼 인기를 모았고, 그는 사업을 다각화 해 포르노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보수 단체, 여성단체, 기독교계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 당했다. 여성의 몸을 착취해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포르노를 만들어 부를 축적했다는 맹비난을 받았다. 포르노는 청소년과 사회를 망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 음란물 간행죄, 외설죄 등으로 고발 당해 수 차례 법정에 섰다.
이때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1호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포르노 잡지를 발행하는 자신 같은 사람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표현의 자유가 공고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법정 투쟁을 마다않는 과정에서 1978년엔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다가 백인우월주의자에게 저격 당해 양쪽 다리가 마비되는 영구 장애를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금도금한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더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 결과 1988년엔 ‘허슬러 대 폴웰’로 불리는 미국사회를 뒤흔든 소송에서 승리했다. 그는 자신을 비판한 복음주의 목사 제리 폴웰을 겨냥해 노골적이고 성적인 패러디물을 게재했고, 폴웰은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플린트는 이 재판에서 수정헌법 제1조를 무기로 허슬러 게재 내용은 공인을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이자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연방대법원은 플린트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스스로를 ‘의식 있는 음란물 행상’이라고 부르면서 “내 경쟁자들은 항상 외설을 예술로 가장했다. 우리는 어떤 가식도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의 위선과 싸우는 투사라고 자신을 규정한 것이다.
이후 그는 저명도를 발판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도 도전하는 등 정치권 진출을 꿈꾸기도 했다.
1996년 발간한 자서전 제목은 『꼴사나운 남자 : 외설물 제작자, 전문가, 추방자로서의 나의 삶(An Unseemly Man: My Life As A Pornographer, Pundit And Social Outcast )』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영화 ‘래리 플린트’(1996)로 개봉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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