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영화인 줄..트럼프 탄핵심판 이틀째 공개된 충격 영상

2021. 2. 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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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CCTV, 시위대 휴대전화 영상 공개
소추위원, 트럼프 폭동 선동 증거로 활용
"충격적 영상에 침묵, 핀 소리 들릴 정도"
그래도 공화당 내 이탈표 늘지는 불투명
의사당으로 밀려들어오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찰들은 몸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해당 영상 캡쳐 [미 상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상원 회의장에선 탄식이 터져 나오고, 때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전날부터 하원 탄핵소추 위원들이 잇달아 틀고 있는 충격적인 영상들 때문이다.
지난달 1일 의사당을 점거한 시위대가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이들을 선동했는지 입증하기 위해 그간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영상을 준비해 자신의 발언 시간에 상영했다.

지난달 6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 폭동 당시 홀로 시위대에 맞섰던 의회 경찰 유진 굿맨(오른쪽)이 10일 상원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상영되고 있는 증거 영상을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의사당 보안 카메라나 트럼프 지지자들이 직접 찍은 영상에는 일촉즉발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폭도들과 불과 30m 떨어진 곳에서 간신히 대피했다. 복도 곳곳이 막혀있던 상황에서 의원들은 폭도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슬아슬하게 도망칠 수 있었다.

소추위원단을 이끄는 제이미 라스킨 의원(민주)은 9일 첫 진술 때,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과 지지자들의 움직임을 시간대별로 구성한 13분짜리 영상을 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CNN이 유튜브에 올린 이 영상 클립은 이틀 만에 70만 명 넘게 시청했다.
회의장에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화면의 영상을 외면했다. 하지만 대부분 바로 한 달 전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일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수잔 콜린스 상원의원(공화)은 "(영상이 나오는 동안) 회의장이 조용해지면서 핀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소추위원들의 이런 충격 요법에도 실제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게 대부분 언론의 분석이다.
9일 이번 탄핵심판이 정당한지를 따지는 표결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50명 중 44명이 '위헌'이라고 투표했다. 탄핵에 필요한 공화당 17명의 이탈표가 나오기는 힘든 상황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은 "(소추위원들이) 범죄자들의 폭력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어가 선동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틀 동안 공개된 영상들 중 일부를 소개한다.
2021년 1월 6일 오후 2시 13분이라고 찍혀 있는 의회 보안 카메라 영상. 시위대가 안으로 들어오려고 창문을 두드리다가 결국 깨뜨리고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이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먼저 들어 온 무리 중 한 명이 잠겨 있던 문을 발로 걷어차 강제로 열자 나머지 폭도들이 밀려 들어왔다.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경찰이 긴급히 제지하면서 가던 길을 돌아가 폭도들과 간신히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때 홀로 맞서면서 시위대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 이가 이번 사태에 영웅으로 떠올랐던 의회 경찰 유진 굿맨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이날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 당시 펜스 부통령은 일부 접전 주의 선거 결과를 승인하지 말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를 묵살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스가 (거부할) 용기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난 트윗을 썼고, 이내 의사당 폭도들은 "펜스를 찾아라"라는 트윗을 날리며 그를 실제로 찾아 나섰다.
하원 소추위원 중 한 명인 스테이시 플래스킷은 펜스 부통령이 대피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그가 폭도들과 불과 100피트(30m)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역시 위기를 간신히 피했다. 경호원들과 함께 서둘러 대피했지만 오히려 시위대가 나타나자 다시 왔던 곳으로 급하게 돌아 나가는 모습이다. 슈머 대표가 나가자마자 의회 경찰 2명이 문을 몸으로 막아서며 현장을 지켰다.
하원 소추위원 중 한 명인 에릭 스월웰은 "당시 불과 몇 야드 떨어진 곳에 폭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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