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많으면.." 여성 비하 모리 위원장, 결국 사퇴한다
9일 IOC 두번째 성명으로 분위기 돌변
개최 도시 도쿄도지사도 등 돌려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가 오래 걸린다”, “조직위원회 여성 7명은 분별력이 없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이 결국 사퇴한다.
11일 일본 언론들은 모리 위원장이 사임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지지통신은 모리 위원장이 조직위 측에 “사임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했으며, 무토 도시로(武藤敏郎) 조직위 사무총장 등 간부들과 협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모리 위원장은 12일 오후 열리는 긴급회의에서 사의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유임’ 쪽으로 기울었던 일본 국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지난 9일 IOC가 발표한 두번째 성명의 영향이 컸다. 당초 IOC는 지난 4일 “모리 위원장이 사죄를 했으니, 이 문제는 끝났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닷새만에 “모리 위원장의 발언은 완전히 부적절하다”는 새로운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내에선 이를 “사실상의 사임 권고”(정부 고위관계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민당 등 정치계에서도 모리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총리 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면담을 한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방향을 밝혀주길 바란다”며 자발적 사임을 압박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였다. 오는 17일 예정된 4자 회담(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모리 위원장,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 장관, 고이케 도쿄도지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고이케 도지사는 “지금 여기서 4자회담을 해도 별로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것 같지 않아, 제가 출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비토권을 던졌다. 올림픽 개최 도시의 수장이 협조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모리 끌어내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도쿄올림픽의 대형 스폰서인 도요타 자동차는 10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사장 명의의 별도의 코멘트를 내놓은 것도 반향이 컸다.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임원을 통해 “(모리 위원장의 발언은) 도요타가 중요시해온 가치관과 다르며 시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도요타 측은 코멘트를 발표한 이유에 대해 “도요타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전하기 위해, 여기서 침묵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방위적 비난과 사퇴 압박에 결국 모리 위원장은 오는 12일 긴급회의에서 사임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회의는 모리 위원장이 재차 사과를 하고 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인터넷 서명 사이트 change.org 에는 모리 위원장의 사임 검토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서명에 10일까지 14만명이 참가했다. 모리 위원장의 발언을 비난하는 항의전화가 조직위와 도쿄도에 쇄도했고, 올림픽 자원봉사자 500명 넘게 사임을 통보했다. 성화봉송 주자의 사퇴도 줄을 이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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