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구정'? 다른 표현은 어떤가요
[이은영 기자]
새해는 1월 1일이다. 그렇다면 2021년 설날은 언제일까? 대한민국의 2021년 설날은 1월 1일이 아니다. 다가오는 2월 12일이다.
그 이유는 2021년 2월 12일이 음력 1월 1일이기 때문이다. 달력을 보면 작은 숫자로 음력 날짜가 적혀 있고 설날이라고 적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어째서 양력을 놔두고 굳이 복잡하게 음력으로 계산하며 나이를 먹는 걸까? 대한민국에만 있다는 빠른 n년생으로 족보가 꼬이는 현상, 그 원인에 대해 알아보자.
▲ 음력은 달과 해의 운동을 모두 고려했기에 복잡하지만, 해 때문에 생기는 계절뿐만 아니라 달에 관한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게 설계됐다. |
ⓒ pixabay |
달의 모양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주기를 한'달'로 정하고, 해의 움직임에 따른 계절 변화를 한'해'라고 한다.
달은 음력 1일부터 커지기 시작해서 7~8일에는 반달이라 불리는 '상현달'이 되고, 15일에는 둥근 '보름달'이 된다. 보름달은 점차 오른쪽부터 깎이다가 22~23일에는 왼쪽 반이 보이는 '하현달'이 된다. 29~30일에는 달이 너무 작아지거나 보이지 않는 '그믐달'이 된다.
그래서 음력 날짜만 봐도 달의 모양 및 달이 언제 뜨고 언제 잘 보이는지를 알 수 있다. 상현달은 초저녁에 잘 보이고, 보름달은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밤새도록 보인다. 반면, 하현달은 자정쯤에 떠서 정오쯤에 지므로 아침에 잘 보이니 달구경을 할 때 참고하면 좋다.
24절기는 태양의 운동에 맞춰져 있기에 거의 일정한 양력 날짜에 돌아온다. 그래서, 예로부터 24절기로 계절의 변화를 알고 농사철을 가늠하는 데 이용했다. 2월 3~4일은 입춘, 3월 20~21일은 춘분, 6월 21~22일은 하지처럼 말이다.
이렇게 달과 해의 움직임에 따른 계절 변화를 대략 보름마다 넣은 24절기를 가진 음력 또는 태음 태양력이 달력에 적힌 작은 숫자다.
양력은 태양의 운동 하나만 고려했기에 단순하다. 그래서 서양 문명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양력은 편리하다. 음력은 달과 해의 운동을 모두 고려했기에 복잡하지만, 해 때문에 생기는 계절뿐만 아니라 달에 관한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게 설계됐다. 음력설을 보내는 이유가 훨씬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올해 양력 2월 12일은 음력 1월 1일인 설날이고, 이때부터가 소띠 해인 '신축년'이다. 그러므로 설날 전날까지는 아직 경자년 쥐띠 해인 셈이다.
▲ 1989년 정부는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음력설을 '설날'로 개칭하고 전후 하루씩을 포함하여 총 3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게 된다. |
ⓒ 이은영 |
'신정'이라고 부르는 양력 1월 1일과 '구정'이라고 부르는 음력설은 일제 강점기 아픈 역사의 흔적이다.
1872년 태양력이 시작된 이래 일본은 양력에 따라 설을 지내고 있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음력설을 지내왔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 총독부는 '신정'을 조선에 도입했다.
당시 지배층이던 일본은 '조선인들의 음력설은 그들이 한민족이라는 일체감과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도록 한다'고 여겼다. 이에 일본 정부는 앙력설만 공휴일로 지정했고, 대한민국은 1년에 새해를 두 번 맞게 되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일본은 양력설만이 태양력에 의한 시간 체계에 맞아 진취적이며 새롭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신정'이라고 불렀다. 대신 우리 고유 명절인 음력설은 구시대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미신이라면서 낡아서 없애 버려야 할 과거 문화의 의미로 '구정'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지내는 양력 1월 1일을 새해로 맞이하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정이라는 명칭은 1945년 해방 직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초기 당시에도 사용됐고, 심지어 그 사용이 장려되기도 했다. 게다가 신정만 연휴로 지내고 설날은 공휴일이 아니었다.
1985년에 설날을 '민속의 날'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하루만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음력설을 지내는 사람이 많았고, 신정이 일본식 명절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1989년 정부는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음력설을 '설날'로 개칭하고 전후 하루씩을 포함해 총 3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게 된다. 1999년엔 양력 1월 1일 연휴를 지금과 같은 하루로 줄였다. 이로써 대한민국 전통 고유의 음력 설날은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고 최대 명절로 자리 잡는다.
신정과 구정이 일제 강점기 시대의 표현이라는 논란에도 2018년 국립국어원은 일본어 투 표현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이유로 순화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새로운 신(新)과 옛 구(舊) 정도의 의미로 붙였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논란을 피하고 싶다면 '양력설' '음력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신정은 '양력설' 또는 '새해 설', 구정은 '음력설' 또는 '설날'로 표현함으로써 어렵게 되찾은 고유 명절인 '설날'을 더욱더 뜻깊게 보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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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은영 기자 브런치에도 함께 올라갑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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