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급등한 배달 업계? 현실은 기가 막힙니다

권성훈 2021. 2. 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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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프랜차이즈 경영자가 말하는 코로나 재난] 자영업자 희생이 보상받아야 하는 이유

[권성훈 기자]

 
▲ 거리로 나온 음식점, 호프집 자영업자 “영업제한 풀어달라” 음식점,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1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며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방역기준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 유성호
  
'송구영신(送舊迎新)', 우리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였지만, 코로나가 만든 공포는 올해도 작년처럼 여전하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곧 지나갈 것 같았던 이 전염병은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그 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코로나가 장기화하자 이번 재난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더는 못 버티겠다'라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필자는 주중에는 자그마한 신생 외식 프랜차이즈(협동조합)에서 경영자로 일하며 주말에는 큰 외식 브랜드의 배달 기사로 투잡을 하고 있다. 배달외식업은 이번 코로나 재난 속에서 그나마 피해를 덜 본 업종이다.

오히려 반사 이익을 받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 상황은 사실 지난 2020년 5월까지였다. 코로나가 우리나라에서 본격 발생 후 딱 1년이 지난 현재 배달업종도 접객 업소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매출 하락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대학가 근처 또는 청년 세대가 주 거주민으로 자리 잡은 지역의 매출 하락은 그야말로 급전직하였다. 대학가는 온라인 교육의 영향 때문에, 청년이 주 세대인 지역은 인근 자영업소의 몰락으로 생업과 부업을 위한 일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수 상권은 단어 그대로 '특수'한 조건 때문이라 하더라도 일반 상권에 입점한 배달 외식 업소의 타격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건 이미 경쟁이 치열한 배달외식업의 정해진 '파이' 안에 접객 전문 외식 업소들과 대형 외식 브랜드, 그리고 이번 코로나 재난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여행업, 이벤트 등 비외식업 종사자들까지 너도나도 배달 외식업에 뛰어든 결과이다. 그러니까 정해진 파이를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 먹는 상황이 된 것이다.

며칠 전 외식 메뉴를 제조 유통하는 대표와 업무 미팅을 했다. 그때 그 회사 대표는 코로나 직전까지는 자신도 수년 동안 배달외식업 가맹사업을 운영했고 회사 실적도 좋았다고 했다. 그렇게 순항하던 사업이 코로나가 장기화하자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 결국 가맹사업을 포기하고 제조/유통 사업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대면 시대의 또 다른 수혜업종이라는 제빵 업소들도 모두가 다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서울의 모 대학교 근처에서 유명 브랜드 제빵점을 운영하는 사장은 대학교 인근 매장이라 가뜩이나 임대료도 높은데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이 씨가 말라 매출이 반 토막 난 지 오래며, 수개월째 임대료가 밀리고 있어 트라우마까지 생겼다고 전했다.

이처럼 코로나 재난의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계의 피해 상황은 기존의 외식, 헬스, 노래방 같은 접객 업소를 넘어 배달업종까지 번지며 자영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가 어느 조그마한 동네에서 시작하여 한 개 도시, 한 개 국가를 감염시키고 종극에는 전 세계를 감염시켰듯이 말이다.

배달 외식 시장의 불편한 진실
 
▲ 배달대행 종사자 교통사고 예방 가이드라인 마련 2020년 12월 28일 서울 시내에서 배달대행 종사자들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경찰청은 이날부터 배달대행 종사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사업주가 지켜야 할 법적 준수사항과 권고사항을 명시한 '이륜차 음식배달 종사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주요 업계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그리고 배달 외식 시장에는 불편한 진실 하나가 숨어 있다. 분명 여러 통계자료는 '배달 외식 시장'의 규모가 크게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 데이터가 맞다면 적어도 배달 업소들만큼은 '비대면 시대'의 혜택을 받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파이를 먹는 사람들은 여전히 배가 고픈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커진 파이 조각은 누구의 배를 채우고 있는 것일까? 배달 외식 업자를 상대로 수수료 장사를 하는 유통 기업, 결재 대행사(PG사), 배달 및 주문을 대행하는 IT 기반의 플랫폼 기업들이 자영업자 등 뒤에서 조용히 입가에 묻은 파이 부스러기를 닦고 있다. 그러니 '이익공유'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이 모양이라면 그들에게 고용되어 생업이나 부업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필자는 주말에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투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새해 벽두에 시급이 깎였다. 요즘 자영업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는 있었지만, 매년 새해가 되면 십 원이라도 오르는 게 연봉이었고 시급이다 보니 솔직히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속된 말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라고 했으니 받아들이기 싫으면 그만두면 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현재 동네 자영업소의 구인공고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구인 대부분이 물류와 관계되는 일, 즉 택배 또는 배달대행 관련 직종뿐이다. 이것은 출퇴근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가까운 거리의 일자리, 그리고 투잡이란 특수성, 즉 내게 허락된 자투리 시간에 맞는 일을 고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깎인 시급도 감지덕지 해야 할 상황이었다.

최근 동종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자영업소가 밀집되어 언제나 구인 공고가 마르지 않았다는 대표적인 알바 핫 플레이스였던 인천의 부평과 서울 신림의 경우 알바 구인공고를 올리면 좀 과장되게 표현해 희망자들이 '이열종대'로 줄을 선다고 한다.

이렇게 자영업자는 물론 그들과 고용 관계에 있는 시급제 노동자들까지 코로나 재난의 장기화로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심각성을 정치인들과 정부는 알고는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 행보에는 한숨만 나올 뿐이다.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1월 28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7개 중소상인시민단체 집합제한·손실보상 관련 요구사항 전달 합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자영업자 피해 대책으로 제시되는 보편적 지원과 선별적 지원,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두고 여야대립은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설왕설래하고 있음이 뉴스에 매일 오르내리고 있다. 일단 우리 회사 상황을 하나의 예로 보자. 우리 회사는 지난해 1월에 정식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신생 기업은 급작스러운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그나마 배달음식 전문의 가맹사업이 주업인 관계로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고,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이 지원되었던 5월에는 반짝 반등의 조짐도 보였다.

그러나 이후 가맹점들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당연히 회사의 수입도 줄어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 신생 기업인 우리는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결국, 현재 회사 설립 준비부터 같이 고생했던 직원 한 분을 권고사직 처리해야 했다.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장인 그분에게 앞으로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와 가맹점들은 꽃봉오리도 피우기도 전에 코로나란 된서리에 시들어 가고 있다.

얼마 전 회사원인 지인과 최근 논의되고 있는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사정은 알지만 그렇다고 자영업자의 손해를 세금으로 보상하는 것에는 반대라고 했다. 이에 필자는 "방역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에게는 박수와 함께 금전적 보상이 당연하고, 생계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방역에 참여하는 자영업자에게는 무 보상의 '희생'을 강요하는 게 불공정, 불공평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반박하지 않았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굶어 죽느니 병들어 죽는 게 낫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 뉴스로 전해지는 '양극화의 심화'란 문구가 심상치 않다.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 때문일까? 마이클 샌델의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의 쓰인 문장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모두 함께입니다."

이 구호가 호소하는 단결은 '공포'에서 비롯되었다. 이 공포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필요로 하는 전염병 앞에서의 공포였다. 분리를 통한 단결이라는 도덕적 모순은 "우리는 모두 함께입니다"라는 구호의 공허함에서 가장 돋보였다.

필자는 여기서 묻고 싶다.

"정말 '우리는 모두 함께'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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