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면 10만원"..'입영 필수품 지원' vs '신종 매표'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이 각종 현금성 지원 공약을 내세우면서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의회가 입대자 대상 지원금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나섰다.
홍성룡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역병·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는 시민에게 입영지원금 10만원을 주는 내용의 ‘서울시 입영지원금 지급 조례안’을 최근 발의했다.
서울시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면서 현역병·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는 시민에게 10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병역의무 이행을 격려하고 시민 복리를 증진한다는 것이 취지다.
관련 예산 규모는 연평균 37억원 정도다. 홍 의원은 입대할 때 주로 사 가는 물품을 고려해 금액을 정했으며 최근 5년 동안 현역병·사회복무요원 현황을 토대로 비용을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될 것”이라며 “지원 차원이라 이 상품권으로 입대 관련 물품을 샀는지 따로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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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련 예산 연평균 37억 예상
홍 의원은 경기도 구리시 사례를 참고해 조례를 발의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구리시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입대하는 시민에게 입영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박석윤 구리시의회 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군대 갈 때 카시오 전자시계 등 몇 가지를 필수품으로 꼭 사 가더라. 한창 시기에 군대 가는 20대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없다”며 “관심을 가져주자는 것이 첫 번째 취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는 필수품을 사거나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 끼라도 함께하라는 뜻에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다며 안승남 구리시장과 박 위원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박 위원장은 “의정부·포천·하남·화성·양평 등 경기 여러 지역에서 조례에 관해 물어왔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조례 제정에 탄력이 붙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하남시는 지난달 ‘하남시 입영지원금 지급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조례안은 오는 16∼24일 열리는 하남시의회 임시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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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시행 구리시 재정자립도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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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 지원금이 자긍심을 고취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취지이지만 우려도 나온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방 참여에 대한 보상이라면 중앙정부가 할 일에 더 가까워 보인다”며 “유권자 계층을 지원한다는 면에서 포퓰리즘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방정부가 시민을 위해 재원을 쓸 수 있지만, 재원이 한정돼 있어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면서 “지자체별 재정 격차가 커 전국으로 퍼지기는 어려울 듯하며 각 지역이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별 재정자립도(세입과목 개편 후)는 서울 76.1%, 경기 58.6%이지만 강원·경북·전남·전북은 20%대다. 경기도 안에서도 화성(66.3%)·성남(60.5%)은 60%를 넘지만, 동두천·가평·양평·연천 등은 10%대로 낮다. 입영지원금제를 시행 중인 구리시는 38.1%다.
서울여대 정재훈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뿌리는 현금 복지에 대해 교통정리를 할 때가 왔다 싶을 만큼 포퓰리즘 성격이 있다고 본다”며 “심하게 표현하면 신종 매표와 같다”고 비판했다. "물품 때문이라면 입영지원금을 줄 게 아니라 국방부에 건의해 입대 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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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우려, 현금 복지 교통정리 해야”
교복비·출산지원금 등 지자체의 보편적 현금성 지원은 과거에도 논란거리였다. 정 교수는 “출산장려금이나 노인공로수당 등이 지자체 현금 복지의 효시가 된 듯하다”며 “그래도 가령 교복비는 교육복지라는 큰 정책 흐름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인데 입영지원금은 정책효과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뒤 만든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각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사업 연평균 예산은 2016년 2억원에서 2019년 10억원으로 늘었다. 광역시·도의 평균 예산은 같은 기간 7억원에서 46억원으로 늘었지만 시·군·구 등 기초단체의 평균 예산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쳐 격차를 보였다.
이와 같은 의견에 박 위원장은 “지자체에서 군대 가는 젊은이에게 관심을 보이자는 차원”이라며 “예산 부담을 고려해 10만원으로 정했으며 연간 1억원이면 감당할 수 있을 듯하다”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신성한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데 군대에서 생활하면서 쓰는 물품을 부모님 돈으로 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시민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제299회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이 조례안을 심의한다.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서울시 예산 상황에 맞춰 시행일을 정할 계획이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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