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와 그 너머①] '토너먼트' 야권 단일화 경선..쟁점과 과제는
18~19일 선관위 등록까지 단일후보 만들어야
TV토론·여론조사 놓고 실무협상 진통 있을 듯
경선 "野單법석"..본선서 과연 득될까 실될까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범야권 후보 단일화가 '토너먼트' 방식으로 귀결됐다. 제1야당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오신환 전 의원을 포함한 네 명의 본경선 진출자 중에서 한 명이, 이른바 '제3지대'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무소속 전 의원 중에 한 명이 올라와 범야권의 최종 단일 후보가 선출된다.
국민의힘 경선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의 23일 1대1 토론과 26일 4자 합동토론 등을 거쳐 내달 4일 후보를 선출한다.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은 설 연휴 직후인 15일과 이후 25일 실시되는 두 차례의 맞토론을 거쳐 삼일절에 단일 후보를 정한다.
내달 18~19일 이틀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 후보 선출 직후인 4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최종 단일화의 '결선 토너먼트'가 펼쳐진다. 이렇게 선출된 야권 단일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서는 방식이다.
이같은 구조가 완성되는데에는 금태섭 전 의원의 공헌이 컸다. 금 전 의원은 지난달 6일 스스로의 정체성을 "집권여당 독주에 대한 견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야권 후보가 맞다"고 분류한 뒤, 안철수 대표에게 '제3지대 단일화'를 제안했다.
국민의힘이 치열한 내부 경선을 펼치는 동안 안철수 대표만 외곽에서 겉돌며 주목도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게 그간 범야권의 고민이었다. 이에 안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을 당적(黨籍)에 관계없이 개방해달라고 요청했고 국민의힘 중진의원들도 이 제안을 논의했으나, 이미 예비경선이 시작된 마당에 정치현실상 풀어내기 어려운 '매듭'이 엉킨 모양새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 전 의원이 안 대표의 '예선 토너먼트' 상대를 자임하고 나서면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풀렸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금 전 의원을 향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범야권 단일화 방안을 매우 명확하게 정리해주는 큰 결심을 해줬다"며 "3월은 가장 아름다운 단일화 완성, 4월은 무도한 문재인정권을 심판한 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반색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예선 토너먼트'의 골간은 완성됐지만 '결선 토너먼트'는 과제가 많다. 삼일절에 '제3지대' 단일 후보가, 3월 4일에는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다. 19일 오후 6시까지 중앙선관위가 후보등록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 결론을 내는데까지 주어진 시간은 최대로 잡아도 보름이다. 이 기간 중 실무협상 과정에서 토론 여부와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 등을 놓고 난관이 예상된다.
'결선 토너먼트'에서도 단일화 여론조사에 앞서 별도 1대1 토론을 추가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민들이 가질 관심과 쏠릴 이목을 생각하면 안할 이유는 없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10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자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이 있다"며 "토론 몇 번 하고나면 길고 짧은 것이 설명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선 토너먼트'에서 "토론 몇 번 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로 전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는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TV토론을 최대한 비껴가려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안 대표가 TV토론이 약점'이라는 지적에 대해 "예전 대선후보로 나왔을 때 TV토론 과정에서 그렇게 느껴져서 그런 발언들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안 대표가 좀 더 솔직히, 좀 더 자신있게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달라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간의 '예선 토너먼트'에서는 결국 두 차례만 TV토론을 갖는 것으로 정리됐다. 거의 비슷한 기간 동안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네 차례 토론이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측면이 있다. 금 전 의원이 제안했던 '설 연휴 전 첫 토론 실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철수 대표 측이 실무협상에서 "토론은 횟수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지만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 내달 4일부터 실무 협상이 시작되면 협상에 허비되는 시간에 따라서 TV토론을 아예 못하거나 한 차례에 머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토론 주제 선정에서도 난항이 점쳐진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은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파문과 관련해, 2017년 9월의 국회 임명동의안 의결 과정에서 옛 국민의당 의원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을 상기시키며 '안철수 책임론'으로 공세를 전개했다. 안 대표는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자극할 문제제기가 이뤄질 수 있는 TV토론 주제 채택을 방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토론보다도 훨씬 어려운 것이 최종 단일화를 위한 절차 합의다. 100% 시민여론조사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여론조사라고 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있다. 민주당·정의당·열민당 지지층을 제외하는 이른바 '역선택' 방지 장치를 둘 것인지, 또 질문 문항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범야권 단일후보로 ○○○(국민의힘 후보)과 안철수 중에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적합도 조사 방식으로 질문할 경우, '큰 정당'의 후보인 국민의힘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 후보 대 국민의힘 후보' '민주당 후보 대 안철수 후보'로 두 차례 양자대결 질문을 한 뒤,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더 높은 지지율을 획득한 후보가 나가자는 경쟁력 조사 방식으로 질문할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추이가 그랬듯이 안 대표가 유리해질 개연성이 높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상 양자대결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나설 경우 안철수 대표는 39.7%,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31.0%, 오세훈 전 시장은 27.1%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대목은 단일화 경선의 승패와 직결된 부분이라 어느 한 쪽의 양보로 낙착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다소 이르지만 적합도와 경쟁력 조사 방식을 50%씩 혼합하자는 등의 각종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금태섭 전 의원은 '설 연휴 전 첫 토론''토론 횟수' 등 거의 대부분의 요구를 양보하며 실무협상을 낙착지었다"면서도 "제1야당 국민의힘은 안철수 대표에게 호락호락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선 토너먼트'를 앞두고 신경전이 치열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내달 4일 국민의힘 후보 선출 직후부터 시작될 이러한 신경전이 서울시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도 변수다. '단일화 피로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반면, 주목도가 상승하며 극적 효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정진석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 진통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기 위한 '야단(野單·야권 단일화)법석'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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