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30분에 대기 1시간..설 연휴 전기차 귀성은 고행길
전기차 BMW i3를 타는 직장인 최모(50)씨. 차로 출퇴근하는 그는 이번 설 연휴 때 기차로 귀성했다. 지난해 설에 전기차를 타고 고향인 창원을 다녀오다 고생한 경험 때문이다.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는 250㎞ 남짓이다. 귀성길 중간에 충전을 한 번 해야 하는데 충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 안 그래도 막히는데 가까스로 찾은 충전소에서 기다리느라 1시간, 충전하느라 30분을 더 써야 했다”며 “서울에는 곳곳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어 큰 불편함을 모르고 지냈는데 귀성길 장거리를 뛰니 불편함이 확 와 닿더라”고 말했다.
설 연휴 전기차족(族)의 귀성길이 고행의 연속일 전망이다. 10일부터 본격 시작한 귀성길 전국 도로 휴게소 곳곳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테슬라 붐’을 타고 급속히 늘어난 전기차족 중에선 아예 전기차를 집에 두고 귀성을 떠난 경우도 많았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13만4962대다. 하지만 충전기 수는 3만4723대 수준이다. 이 중 30분 정도면 완충할 수 있는 급속 충전기는 9805대다. 그나마 수도권에 충전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설 연휴처럼 지방으로 이동할 때는 원하는 시간에 맞춰 충전하기 쉽지 않다.
주유소와 비교했을 때 불편함이 두드러진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는 시설 한 곳당 주유기가 5개 이상으로 넉넉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급속 충전기 대부분이 1~2대 수준이다. 충전 시간도 30분 넘게 걸린다. 귀성길처럼 차가 한꺼번에 몰릴 땐 1~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전기차 소유주 김현식(38)씨는 “고속도로는 휴게소 곳곳에 충전소를 설치해 그나마 낫지만, 국도는 더 열악하다”며 “어렵사리 충전소를 찾더라도 충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땐 주행거리가 평소의 60~70% 수준으로 확 떨어지는 전기차 특성도 변수다. 평소 한 번만 충전해도 충분히 달릴 수 있던 거리를 설 연휴처럼 겨울에 달릴 땐 충전 횟수가 늘려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완충한 전기차를 영상 25도에서 주행했을 때 기준으로 영하 7도일 때 최대 주행거리 비율이 테슬라 모델S 84.7%, 현대차 아이오닉 70.7%, 코나 76.5%, 기아차 니로 EV 78.7% 수준이었다.
전기차로 귀성을 떠난다면 출발 전 완충해야 한다.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홈페이지(www.ev.or.kr)에 들러 귀성길 전기차 충전소 위치와 충전기 종류 등을 미리 확인하면 좋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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