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자식 못본 노인들 매일 눈물"..가족 울리는 '코로나 설날'
“지난 추석 때 ‘불효자는 온다’고 하길래 고향에 못 내려갔지요. 이번 설에는 갈 줄 알았는데…”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50대 주부 A씨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날에도 고향인 전북 군산시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상심하고 있다. 팔순을 훌쩍 넘은 A씨의 노모는 자식과 손주를 걱정하며, 이번에도 극구 오지 말라고 했다. A씨는 5인 가족이다. 그는 “부모를 못 뵌 지 1년은 된 것 같다. 매년 명절은 잊지 않고 챙겨왔는데 추석과 설을 연이어 다 못 챙긴 적은 없었다”면서도 “지난 추석 때 가족 모임을 통해 감염된 사례가 꽤 있어 조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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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설날’이 아쉬운 가족들
올해 설 명절, 가족 상봉이 가로막히면서 울상인 가족이 늘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연장하면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가족 간 만남 자제가 주문되고 있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직장 문제로 경기도에 혼자 거주하는 30대 회사원 신모씨는 “지병이 있는 할머니와 부모님, 여동생이 전주에서 살고 있다”며 “할머니를 볼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아쉽고 슬프지만,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합금지를 내렸다는 건 만나지 말라는 뜻인데, 이것저것 경우를 따지고 예외 사항을 만들면서까지 굳이 만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맘 카페에도 최근 “자식 된 도리로서 죄송하다. 집합금지 풀리면 가겠다고 약속해서 (부모) 마음을 풀어드리자” “시댁·친정에 못 간 지 1년이 넘었는데 새로 태어난 아이도 한 번도 못 보여드렸다. 죄송한 마음뿐이다”와 같은 글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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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어르신은 매일 눈물 바람”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외부와 차단된 요양시설에서는 가족 간 그리움이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인들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날도 가족을 직접 만나지 못한다. 방역 당국은 설 연휴 동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면회를 금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들 시설의 면회가 금지된 지 1년이 다 돼간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뇌졸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못 만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며 “아무리 백번 양보해도 1년 넘게 부모님을 못 보게 하는 것은 기본권을 넘어 천륜을 끊는 것과 같다. 무조건 면회를 막지 말고 방역수칙을 만들어 면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인천의 한 요양원 대표는 “코로나19 핑계를 대며 부모를 찾지 않는 자식도 많지만, 매일 연락하며 눈물로 부모를 그리워하는 이도 많다”며 “안에 있는 어르신들도 자식에게 직접 말도 못 하고 많이 울고들 있다. 사정이 안타까워 이번 설에는 비닐 막을 동원해서라도 자식을 만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피하기 위해 ‘쪼개기 성묘’ 등 묘수를 짜낸 사람도 있다.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야외 추모공원에서 만난 60대 B씨는 “많이 모이면 안 된다고 해서 설날 전부터 인원수를 나눠 성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날 아내 등 3명과 묘소를 찾았다. 이날 해당 추모공원에는 2~4명으로 이뤄진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추모공원 관계자는 “지난 주말 설을 앞두고 5명 미만의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며 “설 연휴 기간에도 쪼개기 성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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