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성과급 기준 변경으로 논란 종결..勞勞갈등 불씨 남아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성과급 논란으로 연일 내홍을 겪고 있는 SK하이닉스 노사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배분금(PS) 기준을 재정립했다. 투명한 성과 배분을 위해 노사가 합의를 이루었다는데 의미가 있으나 이번 논란으로 인한 인력 유출이나 노노(勞勞)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SK하이닉스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PS 산정기준 개선 방안에 동의했다. 기존 성과급 기준인 '경제적부가가치(EVA)'는 경영 전략상 공개할 수 없기에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노사는 기존 성과급 기준이었던 EVA를 폐지하고 영업이익과 연동한 성과급 지급에 동의했다. 또한 PS 예상 지급치를 연초 및 분기별로 공개함으로써 직원들이 다음 해 성과급을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논란이 됐던 지난해 성과급에 대해서는 기본급 200%에 해당하는 우리사주와 사내 복지 포인트 300만포인트를 전 구성원에게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사주는 사측이 무상으로 지급할 경우 4년동안 의무 보유해야하며, 직원이 30%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할 경우에는 보호예수기간을 1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할인가로 우리 사주를 구매하는 직원들에게는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한 대출도 지원된다.
매년 반복되는 성과급 논란, 애매한 기준이 문제
전자업계를 비롯한 모든 직장인들에게 성과급은 예민한 문제다. 과거에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이나 금액에 소극적인 불만을 표출했다면, 요즘 세대들은 훨씬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최근 성과급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SK하이닉스도 지급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달 28일 하이닉스는 본인 연봉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의 400%를 지난해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직원들은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가 전년비 80% 이상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성과급을 책정했다는 점에서 강력히 반발했다.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직접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기존 성과급 기준이었던 EVA가 영업이익, 투하자본, 자본비용 등에 따라 매년 달라질 수 있으며 산정 방식은 대외비로 공개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SK하이닉스 노조는 EVA 제도를 폐지하고 투명한 방식의 성과급 산정 기준을 세울 것을 요구했고 사측은 이를 받아들여 영업이익을 새로운 PS 기준으로 선정했다. 노사가 함께 일관성있고 투명한 성과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SK하이닉스의 변화는 재계에 획기적인 선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성과급 논란이 할퀴고 간 하이닉스…인력 이탈·노노 갈등 극복 과제
SK하이닉스가 발빠른 대응으로 성과급 논란은 마무리 지었지만 한번 무너진 노사 관계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이직을 고려하는 인원이 늘어나며 인력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폭발적인 언택트 수요로 반도체 업계의 '슈퍼 사이클'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경쟁사들의 인력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직접적인 경쟁사인삼성전자반도체 부문이 최근 대규모 경력 공고를 냈고 또 다른 경쟁사인 마이크론도 싱가폴, 대만 등에서 근무할 경력자를 찾고 있다.
또한 이번 노사 협상의 대상인 전임직 노조와 협상에서 배제된 기술사무직 노조 간의 노노갈등 가능성도 회사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이번 성과급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셀프 디자인'이라는 취업규칙 변경의 불합리성을 지적해왔지만 협상에서 배제되며 사측과 이에 대해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입장이다.
기술사무직 노조는 '셀프 디자인' 취업 규칙이 노조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기에 법률 위반이라며 단체 소송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당 취업 규칙이 각 임원들에게 직원들의 성과급을 임의로 하향 조정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며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셀프 디자인' 규칙은 2018년 인사고과 기준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며 각 팀내 성과급 배분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다고 설명한다. 현행 노동법상 노동자에 불이익한 방향으로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결국 법정 공방까지 이어진다면 '셀프 디자인' 취업규칙이 노조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방향의 제도인지 아닌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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