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에 '신사임당 모시기' 전쟁도 사라져

이충재 2021. 2.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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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명절 때마다 벌어지던 신권 구하기 경쟁도 한풀 꺾였다.

그동안 설 명절을 앞둔 금융권 인사들에게 신권구하기는 일종의 '명절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올해 설 명절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가족 간 만남이 줄어들면서 신권 수요도 함께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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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화폐공급 15.7% 감소..신권 교환도 절반 이상 줄어
5만원권 환수율 역대최저치 25.4%..창구에선 여전히 '귀한 몸'
설 연휴를 앞둔 4일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여파로 명절 때마다 벌어지던 신권 구하기 경쟁도 한풀 꺾였다. 그동안 설 명절을 앞둔 금융권 인사들에게 신권구하기는 일종의 '명절스트레스'였다. 용돈으로 쓸 신권을 구하려는 고객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VIP고객의 부탁은 물론 은행 창구에는 고객들의 "신권을 구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5만원 신권의 경우 명절마다 품귀현상을 겪으며 '귀한 몸'으로 몸값을 높였다.


하지만 올해 설 명절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가족 간 만남이 줄어들면서 신권 수요도 함께 줄어들었다. 실제 한국은행의 '2021년 설 전 화폐공급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 순발행액은 4조74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8814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 명절 화폐 순발행액은 지난 2013년(4조 3450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적었다. 한국은행은 "이번 사흘의 설 연휴 기간은 지난해와 같았지만, 연휴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면서 순발행액이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서 신권을 교환해간 규모도 일 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9일간 시민들이 한국은행 창구를 통해 기존 지폐를 새 돈으로 바꿔간 건수는 약 3320건이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1월 24∼27일) 직전 10영업일 간 교환(7090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신권경쟁 예년 같지 않아…"이제 용돈도 '페이'로 주는 시대"


그렇다고 5만권 신권을 구하는 일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1월~10월)은 25.4%로, 2009년 첫 발행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 4장 중 1장만 한국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현금을 장롱과 금고 속에 쌓아 두려는 수요와 대면 거래 감소 등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해도 일부 은행 점포에선 5만원권 인출이 안 되는 현금자동지급기(ATM) 앞에서 고객들의 불만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지난해 설에는 시중은행 주요 점포에 '5만원권 지급 불가'라는 안내판이 내걸리기도 했다. 신권을 원하는 고객은 많은데 공급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벌어진 진풍경이다. VIP고객을 위해 신권을 따로 챙기는 지점도 있어 신권경쟁은 '신사임당 모시기' 전쟁 수준으로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설 명절을 앞둔 신권수요는 확실히 예년만큼은 아니다"면서 "평소 보다 창구를 찾는 분들이 많은데, '명절 용돈은 빳빳한 신권으로 줘야 한다'는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명절이면 신권을 구하지 못해 구권을 다리미로 다려서 주는 일까지 있었는데, 이제는 문화가 조금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한다"면서 "이제 용돈도 '00페이'로 주는 시대 아닌가"라고 했다.

데일리안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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