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에 패닉바잉 스톱? 전세 품귀에 매수세 고?

안장원 2021. 2. 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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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이후 주택시장 어떻게 바뀔까
작년 128만건 거래 "살 만큼 샀다"
"3월 공시가에 다주택 처분 늘 것"
올 신규 주택공급 평년의 80%뿐
"임대차 갱신 늘어 전세난 지속"

“집을 사야 할까, 미뤄야 하나. 새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는 게 낫나.”

지난해 말 집값 잡기 구원투수로 등판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설 명절을 앞두고 주택시장에 던진 고민거리다.

올해 설 이후 주택시장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연초 집값 기세가 등등한 가운데 정부가 지난 4일 역대 최대 규모라는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가격은 물량 앞에서 장사가 없는 법인데, 설 이후 주택시장 셈법이 매우 복잡해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상승세와 발목을 잡으려는 변수 간의 기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파트 매매·전세 동반 상승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 196㎡가 지난달 중순 실거래가격 53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49억3000만원)보다 5개월 새 5억원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말 17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전셋값이 한 달 새 2억원 더 뛴 19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집값 상승세는 전국적으로 거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상승률이 각각 1.14%, 1.10%다. 1개월 변동률을 기준으로 할 때 매매가격이 2007년 이후, 전셋값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고다. 규제 역효과, 전세난, 30대 ‘패닉바잉’(공포구매) 등 지난해 집값 상승을 이끈 요인들이 연초에도 이어져서다.

초저금리 등으로 유동성이 계속 넘치고 주거 단위인 일반가구 수가 급증해 매매·전세 수요를 급증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가 계속 순항하기는 어렵게 됐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이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온 데다 지난해 더욱 큰 폭으로 뛰어 ‘체력’이 조만간 한계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새로 들어서는 주택 줄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집값을 주도해 온 서울 아파트값이 2014년부터 8년째 오름세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중간 주택가격이 중간 소득의 15.6배다. 2008년 조사 이후 최고다.

집을 살 만큼 샀다. 지난해 전국 주택 거래량은 128만 건으로 2017~2019년 연평균(87만 건)보다 50%가량 급증했고,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대폭 늘어날 보유세 등의 세금을 줄이기 위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전달보다 60% 늘어난 지난해 12월 주택 거래량은 다주택자 매물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매물이 없으면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 김종필 세무사는 “다주택자들이 처분 쪽으로 상담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취득세 강화 등으로 증여는 주춤하다. 세무사들은 올해 공시가격이 나오는 3월 이후 5월까지 다주택자 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올해 5월 말까지 팔아야 보유세를 내지 않는다.

여기에다 2·4 주택공급 확대 대책이 가장 주목되는 변수다. 정부가 매수세를 꺾기 위해 내놓은 ‘당근’과 규제가 얼마나 효과를 내느냐다. 정부는 주택이 많이 늘어날 것이니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줬다. 무주택 기간이 짧아 그동안 분양시장에서 불리한 30대 무주택자를 잡기 위해 추첨제 물량을 대폭 늘린다. 개발지역 주민이 받을 새 아파트 우선공급권 자격을 4일 대책 발표일 이전으로 제한해 개발이익을 노린 노후 주택 거래를 사실상 제한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계획대로라면 상당한 물량이지만 이번 주택공급 대책이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전세난은 집값 불안의 불씨다. 전세 매물 품귀가 올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기존 전·월세 계약 대부분이 갱신되는 바람에 전셋집 매물이 확 줄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계약 갱신률이 갱신청구권 시행 전 57.2%에서 지난해 12월 73.3%까지 올라갔다.

올해 새로 들어서는 주택이 전국 42만 가구(정부 추정)로 지난해보다 10% 줄고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54만 가구)보다 10만 가구 넘게 적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전세에서 매매로 얼마나 돌아설지가 주택 매수세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2·4 대책 우선공급권 제한이 노후 주택 수요를 급감시키는 대신 새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주택시장 열기가 설 이후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본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집값 상승 압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주할 주택을 선택하는 실수요 외에는 주택 매수에 신중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추가 공급 대책을 계속 더 내놓을 수 있다”며 “공급 부족 불안심리에 따른 추격 매수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불확실한 기존 주택시장과 달리 새 아파트 신규 분양은 설 이후 본격적으로 ‘로또’ 시장을 연다. 지난달 3.3㎡당 5669만원에 분양가를 확정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등 강남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일반분양분이 저렴한 상한제 단지들이 잇따라 분양할 예정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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