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경제성 낮춰라"..백운규·채희봉 동시 개입 정황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 경제성 평가 과정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소관 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이 같은 사건에서 유사한 혐의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일 1심 판결이 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각각 유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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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봉 개입 정황…본인은 "안정성 차원 당연한 결정"
10일 산업부와 한수원 등에 대한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채 전 비서관은 2018년 4월경 당초 2022년까지 가동할 예정이었던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할 당시 산업부 박모 에너지정책실장에게 “월성 원전의 즉시 중단을 위해 경제성을 낮추도록 한수원에 요구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다만, 채 전 비서관은 지난해 10월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안전성 차원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가동 중단은 합리적이고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었다.
비슷한 시기 백 전 장관도 월성 원전 1호기의 한시적 가동 방안을 보고한 산업부 담당 직원을 질책하며 “즉시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이 확보한 진술 내용이다. 이미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중 일부는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 조사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의 핵심 변수인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낮추는 과정에 백 전 장관의 지시와 관여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백 전 장관은 “지시한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9일 이 같은 백 전 장관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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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백운규에 배임교사죄 적용 검토
영장 기각 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정치 수사를 중단하라”고 연일 검찰을 압박하고 있지만,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의 동시 압박 정황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청와대를 겨누는 검찰의 칼끝까진 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을 내린 한수원의 모회사가 상장사인 한국전력인 점을 감안해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죄 적용 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월성 원전 1호기를 2020년까지 가동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도록 하면서도 세금을 통한 민간 보상을 피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논리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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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때처럼 '영장 기각=무죄' 단정 못 해"
법조계 일각에선 법원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라고 적시한 만큼 본안 심리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이 영장 기각과 무관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때 실무라인이었던 산업부 공무원 일부가 구속된 상황에서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진술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실무진에게 떠넘길 순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법조계 인사는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꼭 본안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란 법은 없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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