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없다" "월성 수사 납득 못한다" 이게 靑의 입장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공공기관장 인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청와대는 10일 “이번 사건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니며,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장들에게 일괄 사직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전 장관 사건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을 내쫓기 위해 사표를 강요했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이라 불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블랙리스트’는 특정 사안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지원 배제 명단”이라고 규정하며 “이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블랙리스트’에 뒤따르는 감시나 사찰 등의 행위도 없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우리 정부는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 등의 임기를 존중했다. 그것이 정부의 인사 정책 기조였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 대부분이 임기를 마치거나 적법한 사유와 절차로 퇴직했다”며 “이번 사건에서 사표를 제출했다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 역시 상당수가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설명자료를 보면,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압박한 사실은 인정했다. 예컨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씨가 사표를 내지 않자 김 전 장관은 환경부 감사관실을 통해 김씨에 대한 표적 감사를 지시했다. 사표를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처럼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는 결국 사표를 냈다. 강 대변인이 “감시나 사찰 등의 행위도 없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대신 표적 감사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사표 징구(徵求·내놓으라고 요구함)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사표를 내라고 압박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고, 사표 수리가 안 돼 임기를 마친 건데 강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장 임기를 존중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월성은 사법 판단 대상 아냐"=강 대변인은 검찰이 진행중인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추가 서면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강 대변인은 “월성원전 1호기 폐쇄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선정돼 공개적으로 추진됐던 사안이다. 이것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환경부 블랙리스트’과 월성 1호기 관련 수사에 대해 연달아 입장을 냈다. 전날만 하더라도 청와대는 월성 1호기 관련 수사에 대해 “총리와 법무부 장관의 대정부 질문 답변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하는 등 재판·수사 중인 사안에 말을 아꼈지만, 하루 만에 강경 기조로 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 일각에선 "청와대가 설 연휴 민심의 흐름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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