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판' 받고 상여 쪼개고.. 중소기업 직원들 슬픈 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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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소규모 IT기업에서 일하는 A씨(33)는 지난주 회사에서 '달걀 한 판'을 선물받았다.
이씨는 10일 "사장님이 '요새 계란이 귀하다. 대기업보다 더 좋은 설 선물을 마련했다'고 자랑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도권의 한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김모(32)씨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설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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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소규모 IT기업에서 일하는 A씨(33)는 지난주 회사에서 ‘달걀 한 판’을 선물받았다. 이씨는 10일 “사장님이 ‘요새 계란이 귀하다. 대기업보다 더 좋은 설 선물을 마련했다’고 자랑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A씨는 달걀 30구가 담긴 상자를 조심스럽게 머리에 이다시피하며 지하철을 탔다고 한다.
명절을 앞둔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유명 대기업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논란’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A씨처럼 기상천외한 선물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고 코로나19에 따른 불경기로 설 선물은 생각도 못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일부이긴 하지만 성과급을 미끼로 특근을 요구하는 경우도 여전하다.
수도권의 한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김모(32)씨는 지난달 회사로부터 ‘설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들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연휴 특근을 하는 경우에만 성과급을 주겠다”고 했다. 명절 전날까지 일한다면 김씨가 받게 될 성과급은 30만원 정도다. 그는 “수당과 상여조차 구분 못하는 회사에 화가 난다”면서 “대기업처럼 성과급 지급 기준을 따지는 건 꿈나라 동화 같은 얘기”라며 씁쓸해했다.
‘코로나 불황’을 이유로 설 선물 단가를 전년보다 낮추거나 아예 없앤 곳도 있다. 중소기업 직장인이 모여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매년 고급스런 과일세트를 받았었는데 올해는 통조림세트를 받았다”거나 “회사 포인트조차 없어졌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우울한 명절’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4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명절을 앞두고 상여금이나 성과급을 받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179명(36.2%)에 불과했다. 지난해 설 당시 조사와 비교하면 10.2% 포인트나 줄어든 수치다. 대기업(57.4%) 직원은 성과급이나 상여금을 비교적 많이 받았으나 중견기업(33.6%)과 중소기업(31.4%) 직원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상사의 명절 선물을 사기 위해 성과급 일부를 내놓는 ‘상여 쪼개기’ 관행도 여전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신모(30·여)씨는 팀원들과 함께 성과급을 지급해준 사장과 임원 등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회사에서 받은 성과급을 일부 내놓아야 했다. 신씨는 “‘사내 문화’라는 이야기에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면서 “‘선물 주고 받는 게 나쁘냐’는 말에 딱히 반론을 제기하기도 난감해 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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