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클럽·술집 문닫자 마약 범죄 '퀀텀점프'?
“살려주세요. 마약을 했어요.” 지난 8일 오후 8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30대 여성이 점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횡설수설하듯 기이한 행동에 점원은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마약 반응 검사를 한 결과 실제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여성이 조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우선 귀가시켰다.
같은 날 오전 3시쯤엔 서울 서초구의 한 골목에서 ‘마약 교통사고’ 발생했다. 음주 운전으로 보였던 사고에서 30대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지되지 않았다. 마약을 의심한 경찰이 간이시약 검사를 했더니 대마초 양성 반응이 나왔다. 운전자는 긴급체포됐다.
최근 마약을 투약한 채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사례가 경찰에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사례에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 장소로 종종 활용되던 클럽이나 술집 등이 문을 닫자 거주지 등에서 투약을 하다 돌출행동을 하는 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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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찰 적발 마약사범 1만 2209명
경찰은 코로나19가 마약 범죄 확산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 사범은 2019년 대비 17.3% 늘어난 1만 2209명이다. 마약 사범은 2017년 8895명에서 2018년 7905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9년 1만411명으로 급증(31.7% 증가)했다. 당시엔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 증가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마약 투약을 하다 숨지는 사건, 마약 의심 신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2일 낮 12시 40분쯤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7일엔 서울 종로구의 한 모텔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한 남성이 경찰 조사에서 “전날 술을 마시면서 마약을 했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외 유학생이나 연예인들이 마약을 하는 경우가 신문 기사에 나곤 했는데 요즘엔 온라인 등을 통해 마약 거래가 손쉬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낮 12시 30분쯤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기흥휴게소 부근 도로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는데, 경찰에 붙잡힌 운전자 정모(47)씨는 음주운전자가 아닌 마약 수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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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 검거 사범 전년 대비 9배
인터넷 마약사범은 2017년 1100명에서 지난해 2608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IP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을 통한 검거 사범은 2019년 82명에서 지난해 748명으로 9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접근이 상대적으로 쉬운 젊은 층의 마약 거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30대 이하 마약사범(6255명)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2.2%였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덮치면서 마약 사범의 급증 추세를 견인했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퀀텀점프’(계단을 뛰어오르듯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현상) 같은 증가세를 막으려면 강력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유관부처와 마약류 특별단속에 나선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8일 “마약사범 2701명을 붙잡아 542명을 구속했다”며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힘들어지면서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30대 이하 마약사범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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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다크웹 전담 수사”
경찰은 갈수록 증가 추세인 마약 범죄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경남경찰청 등에 다크웹 전담 수사팀을 만들어서 집중 단속하고 있다”며 “다른 온라인 유통 경로에도 강력 대응하고 해외 경찰과 협조해 밀반입도 억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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