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들 "1심 무죄, 제품 써도 된다는 말인가?"

김종훈 2021. 2. 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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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망자만 1627명.. 사참위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김종훈, 권우성 기자]

 가습기살균제 기업 책임 배-보상추진회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역 이마트앞에서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살인기업 유죄다 - 제조 판매사 형사처벌-책임촉구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설 명절을 맞이해 온 가족이 함께 모이고 즐거워해야 할 이 시기에 우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처참한 마음으로 이곳 이마트 앞에 섰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인 김태종씨가 10일 서울 용산역 이마트 인근에서 열린 '제조판매사 형사처벌 및 책임촉구 피해자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아내는 이마트 PB(Private Brand) 상품인 가습기 이플러스 제품을 사용해 병원 생활만 21번, 중환자실 16번에 걸쳐 13년을 고생하다 지난해(2020년) 8월 곁을 떠났다"면서 "그런데 이 제품을 PB로 만들어 판매한 이마트는 단 한 번도 사과한 적 없다. 아니 전화 한 번 한 적이 없다"라고 꼬집어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가습기살균제 대응 자료 은닉교사 혐의로 실형을 받은 임원이 여전히 이마트에서 근무하고 있다"면서 "최근 이마트가 많은 돈을 투자해 야구단을 산다고 하는데 그 금액 일부만이라도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김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부인과 장모가 사망한 송기진씨는 "20년 전 가습기 안에 있는 세균 번식을 막아주고 삼림욕 효과를 준다고 해서 믿고 사용했는데 우리는 치명적인 폐손상을 입고 가족을 잃고 고통 받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독성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고 판매한 대기업 SK케미컬·애경·이마트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해기업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여 황당한 판결을 내놓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심 무죄 판결의 의미가 대기업이 다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해도 되는 것인지, 국민들은 그 제품을 사용해도 된다는 판단인지 묻고 싶다"라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기업 책임 배-보상추진회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역 이마트앞에서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살인기업 유죄다 - 제조 판매사 형사처벌-책임촉구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사참위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앞서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이마트 관계자 등 총 13명에게 "피해인정에 엄격한 증명력을 요구하는 형사사건에서는 (혐의를)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독성물질인 CMIT·MIT가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판결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당시 피해자들은 재판정을 나와 "우리와 똑같이 (가습기 살균제를) 6개월만 써보라, 써보고 얘기하자"며 분노했다.

이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석범씨가 "가해기업들이 또 한 번 빠져나갈 수 있는 문을 대한민국 사법부가 만들어준 것인지, 아니면 가해기업들이 사법부와 결탁해 스스로 탈출구를 만든 것인지 의심스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이씨는 부친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 간질성 폐질환 및 폐암 말기에 걸렸다. 

이에 대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1월 25일 '깊은 유감'을 표하며 "검찰은 1심 판결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바로잡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환경부도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검찰 지원에 나서야 한다"라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입장문에서 사참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상당수 피해자는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이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아무런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항소심에서 바로 잡힐 것을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기업 책임 배-보상추진회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역 이마트앞에서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살인기업 유죄다 - 제조 판매사 형사처벌-책임촉구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한편 이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서울 용산역 이마트 앞 규탄 기자회견 이후 애경산업 본사가 있는 서울 마포구 홍대 애경타워와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 앞에서도 책임기업 형사처벌 및 배·보상을 촉구하는 추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모임인 '가습기살균제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사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1627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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