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박원순 부인 손편지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논란
[김성욱, 곽우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 |
ⓒ 국회사진취재단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써 물의를 빚은 강난희씨의 손편지와 관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동조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즉각 "2차 가해"라며 비판에 나섰다.
우상호 후보는 10일 자신의 SNS에 '2월 11일은 박원순 시장님의 67번째 생일입니다'란 제목의 게시글에서 "언론에 보도된 강난희 여사님의 손편지글을 봤다"라며 "글의 시작을 읽으면서 울컥했다.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라고 했다.
이어 "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떻게 견디셨을까!"라며 "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라고 말했다. 우 후보는 "참여연대를 만들어 시민운동의 역사를 써내려 갈 때도 감탄했고, 시민의 삶에 다가가는 서울시장의 진정성에도 감동받았다"면서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라고 했다.
우 후보는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도 썼다. 우 후보는 "비록 고인과 함께 할 수 없지만, 강난희 여사님과 유가족들이 힘을 내시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정의당 "아무일 없던 듯 가해자 치켜세워"
▲ 우상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0일 SNS에 올린 글. |
ⓒ 우상호 페이스북 |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해 부인 강난희씨가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손편지를 쓴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우 후보가 강씨 쪽을 공개적으로 두둔한 것이다.
야당은 즉각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우상호 후보가 낯 뜨거운 '박원순 찬양'을 하고 있다"라며 "참으로 잔인한 정치꾼"이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적어도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나선 후보라면, '박원순 찬양'을 입에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 자체가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강난희 여사야 아내로서 느낄 충격과 고통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가하는 2차 가해이며 정치 선동"이라고 강조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 역시 구두논평을 통해 "고 박원순 시장을 '동지'라 한다. 인권위에서도 성추행으로 인정한 박 전 시장의 뜻을 같이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배 대변인은 "박 전 시장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나오려면 예비후보로서 피해자와 천만 서울시민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며 "우 예비후보의 태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가뜩이나 불편한 서울시민 마음에 불을 지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피해자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망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또다시 피해자와 서울시민 가슴에 대못 박은 우상호 예비후보는 자격이 없다.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도 "무책임한 발언이자 피해자에게 무감각한 언행"이라며 규탄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자당의 지자체장 성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도 뻔뻔스럽게 박 전 시장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라며 "이미 너무나 많은 2차 피해를 겪은 피해자가 이번 발언으로 인해 한층 더 고립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라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피해자를 직접 비난하지 않더라도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발언들이 있다. 성폭력 사건과 피해의 맥락을 지운 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해자를 치켜세우고 옹호하는 발언이 그렇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에 의해 행해진 공개적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박원순 전 시장 관련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피해자가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라며 "민주당은 우상호 후보를 비롯해 2차 피해를 일으킨 인사들에게 당 차원에서 조치하여 약속을 이행하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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