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부주의, 목욕.. 출석체크 안되는 아이들의 공통점
[이준수 기자]
정부가 새 학기 등교 확대를 발표했다. 2020년 내내 비슷한 양상이 반복되었듯 찬성과 반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나는 12년 차 교사로서 2020년 한 해 1/3 등교, 2/3 등교, 한 달 반 동안의 전면 원격, 전면 대면 수업을 모두 겪었다. 혼란스러운 일 년이었다.
그러나 올해도 2020년과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3월 새 학기를 담담히 준비 중이다. 나는 정책이나 방역 전문가가 아니므로 등교 확대를 두고 이론적인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엄밀하게 가릴 수는 없다. 다만,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로서 우선 나에게 닥친 현실로서의 교실을 어떻게 교육적이고 안전하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있다. 교실은 내 책임 소관이며, 직접 교육을 행하고, 구체적인 이름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의 등교 확대 발표를 들으며 두 가지 이미지가 교차했다. 하나는 방역 부담과 긴장된 생활지도 장면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난 1년간 학교에 나오지 못해 피해를 본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심정적으로 아이들을 자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학교가 아니고서는 양질의 일상을 꾸려나가기 힘든' 처지에 있는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이 더 방치하기 힘든 수준에 달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등교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오히려 나를 비롯한 현장의 교사들은 전쟁 같은 1년을 보내면서 학교 내 감염 없이 무사히 교육과정을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지난한 일인지 온몸으로 겪었다. 막연히 외부에서 추측하거나,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생생히 체험했다.
매일 이소프로필이 함유된 알코올 물티슈로 교실을 소독하고, 사계절 내내 KF94 마스크를 써 가며 목청을 높였다.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다. 우리 반은 22명이었는데 교실 공간이 충분치 않아 책상 간 거리를 권고 기준에 맞게 띄울 수 없었다. 수도권 과밀 학급의 교사는 훨씬 더 난감하였을 것이다. 칸막이가 있었다고는 하나 단체 급식을 할 때 마스크를 벗어야 했고, 곳곳에서 방역 수칙을 어기는 소수의 아이들을 제지하느라 애를 먹었다.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는 그 시기의 특징에 가깝다. 오히려 기꺼이 협조해 준 아이들에게 무척 감사하다.
▲ 플라스틱 가림막은 2021년에도 치워지지 않을 듯하다. |
ⓒ 이준수 |
장면 하나. 나는 5학년 담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학습 기간 중 매일 아침마다 출석을 위해 전화를 수 차례 돌렸다. 우리 학교의 경우 1교시 수업 시작 전 학생이 출석 게시물에 접속하여 직접 체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몇몇 학생은 지속적으로(거의 매일에 가깝게)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문자와 채팅으로 기상 및 출석 체크를 독려하였으나 반응이 없었다. 결국에는 전화 통화를 시도했는데, 이마저도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늦잠, 부주의, 목욕(얼토당토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한 아이의 주요 사유)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공통점은 가정 내 어른의 부재였다. 모든 아이들이 보호자가 없다고 해서 자기 주도적 학습을 못 하는 건 아니다. 착실한 공부 습관이 잡혀 있고, 동기가 충분한 아이의 경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등교 수업 때보다 온라인 수업의 만족도가 더 높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혼자서는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에 충실히 따라올 수 없는 아이가 일정 비율로 존재했다.
출석이 안 좋은 친구는 수업 수강 및 과제 해결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더 심각한 건 집중력과 의욕이 떨어져 있으니 모르는 문제가 있어도 침묵하거나, 아예 학습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과 달리 22명에 달하는 우리 반 학생들을 개별적이고도 효율적으로 피드백하기가 어려웠다(온라인 실시간 쌍방향 수업인 '줌' 수업이라 해도 여러 한계와 부작용이 있다). 교실이었다면 수시로 순시하기도 하고, 학습 상황을 실시간으로 종합적인 견지에서 살필 수 있는데 가상 공간에서 종적을 감추려는 아이를 수면 위로 올려내는 일은 상당히 버거웠다.
2, 3교시 수업이 진행될 때까지 아이가 반응이 없으면 최종 수단으로 비상연락망에 등록된 학부모님께 연락해 양해를 구했다. 대부분 직장에서 근무 중에 전화를 받으셨다. 내가 현재 자녀의 사정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설명드리고 협조를 요청하면 얼른 죄송하다는 말씀이 돌아왔다.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 아침에 출근하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당부를 하고 왔는데 잘 안 된다면서, 아무쪼록 선생님이 잘 지도해 달라는 부탁까지.
나도 맞벌이로 자녀 둘을 키우는 입장이라서 학부모의 입장에 구구절절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나 마음이 아팠던 건 한부모 양육임을 밝힌 한 분이 자녀들의 학업 지도를 봐주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가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현재의 처지를 하소연하실 때였다. 이미 초인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분께 더 이상의 수고를 얹어 드리는 게 죄송스러울 정도라 나도 열심히 해보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런 종류의 통화를 여러 사람과 몇 번 하다 보면 과연 한 아이의 학습 태도나 부주의가 개인차(게으름, 의지 부족)로만 치부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온라인 수업 때 그렇게 담임을 힘들게 하던 친구들은 학교에 나와서는 그럭저럭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챙겨서 했다. 예전처럼 등교했다면 별 무리 없이 1년을 보냈을 것이다.
[장면 ②] 결식 사례는 별로 없지만... 끼니를 혼자 해결하는 아이들
장면 둘. 부실한 식사를 비롯한 건강한 생활습관의 붕괴가 심각하다. 방학식이 있던 지난 1월 셋째 주에 아이들과 만나 30분간 상담을 하며 근황을 묻고 학기를 마무리한 적이 있다. 온라인 수업이 지속되고 있던 기간이었기에 오랜만에 마주하는 아이들 얼굴이 무척 반가웠다.
"어떻게 지냈니?"
반응은 극단과 극단. 체계적인 스케줄 속에 예년과 다름없이 착실한 일상을 보내는 친구와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감각이 없다는 친구가 나뉘었다. 나는 자세하게 물으며 하루의 흐름을 쭉 들어보았다. 학원 수강을 비롯한 공부 문제야 이미 예상했다손 치더라도 내가 유달리 놀란 것은 식사와 생활습관 부분이었다.
점심이나 저녁을 혼자서 해결하는 아이가 꽤 많았다. 보호자가 기본적인 식사 준비를 해 놓고 가는 경우도 있고,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먹을 수 있도록 돈을 지원하기도 해서 다행히 결식하는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이다 보니 대충 때운다는 느낌으로 부실한 식사를 했다.
불량 식품 섭취도 늘고, 간식 조절도 힘들었다. 어쨌거나 학교에 나오면 급식을 먹어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고, 급식 지도를 통해 식생활 교육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몇몇 아이에게는 급식이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양질의 식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불규칙적인 식사는 물론 먹는 음식의 종류, 양 조절 등이 문제가 된다.
▲ 학교는 학습 뿐 아니라 생활 습관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
ⓒ Pixabay |
나는 학교에서 방역이 매우 중요하며, 학교가 집단 감염의 시작점 또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또 직업 교사이기 이전에 두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100%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가운데 자녀를 교육 기관에 맡기는 것이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지도 절실히 체험하고 있다. 3월에 학기가 시작되어 등교 확대가 현실로 다가오면 학교 실무자로서 감당해야 몫도 굉장히 클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등교 중지로 인한 피해와 비용이 취약한 계층의 학생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지난 일 년간 직접 마주하고, 가르친 아이들의 실제 생활 모습을 보고 그 배경을 학부모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코로나 방역 대책의 피해를 영세 자영업자와 특수 고용직 노동자 등이 대거 짊어지는 현상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담임과 학생의 관계이다 보니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이런 생각을 품는 것이 학교에서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과 자녀의 감염을 염려하는 학부모님께 무척 죄송스럽게 여겨진다. 돌아오는 새 일 년을 어떻게 지혜로운 방식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올해도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침은 폭발적으로 쏟아질 것이며, 우리 반에는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빽빽하게 생활할 것이다. 방역과 교육을 동시에 잘하는 건 얼마나 도전적인 과제인가. 부디 별 탈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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