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스트라 백신 허가.."단 65세 이상 접종은 신중해야"
정부가 오는 26일 접종 계획을 밝힌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허가했다. 다만 추가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출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간 논란됐던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에 대해서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자문단의 결정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일 최종점검위원회(최종위)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최종위는 신약의 품목허가를 위한 3번의 전문가 자문과정 중 마지막이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식약처 심사 결과와 앞선 두 차례의 자문 내용을 종합적으로 점검했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 의견을 존중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품목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 등을 허가 후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앞서 지난 5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에 신중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최종위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시험 자료가 불충하다는 이유로 ‘접종 제한’이 내려진 곳이 있다.
최종위는 안전성은 양호하다고 밝혔다. 이 백신의 안전성 평가는 영국(1·2상, 2·3상)·브라질(3상)·남아프리카공화국(1·2상) 등 4건의 임상시험에 확인됐다. 18세 이상 임상시험 대상자 총 2만 3745명(백신 군 1만2021명, 대조군 1만1724명) 가운데 일반적인 접종 부위 통증, 근육통, 열감 등 사례가 보고됐다.
이상 과민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반응과 코로나19 증상 악화 등의 이상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에도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시험자에게서 횡단성 척수염을 포함한 신경계 관련 이상사례가 확인됐다. 최종위는 허가 후 이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임상 시험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660명(7.4%)뿐인 상황이기 때문에,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최종위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자에게 실제로 접종할지 말지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임신하거나 수유 중인 산모에게는 접종을 권하지 않았다. 김 식약처장은 “임상시험 과정에서도 충분한 임상시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유익성이 분명히 있다는 판단이 없다면 사용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 약이 모유로 분비되는지는 알 수 없다’를 사용상 주의사항에 게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종위는 백신 접종 시 고려해야 할 ‘신중한 판단’의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장은 “감염이 가져오게 될 어떤 종류의 치명적인 효과나 감염 위험도, 확률, 우리 사회·경제적인 필요도 등은 결국 임상 현장에서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할 문제이므로 허가 차원에서는 세부 항목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첫 접종 시기는 오는 26일이다. 그 전까지 질병청 예방접종위의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라면, 해당 백신은 24일 위탁생산을 맞은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에서 출하된다. 이후 물류센터에서 병원별 필요 물량만큼 소량으로 포장돼 전국 2000여곳의 요양병원과 보건소로 배송돼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식약처는 현재 미국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의 중간보고서와 최종보고서를 요청한 상태다. 중간결과 제출 기한은 오는 4월 말까지로 조건을 걸었다. 3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 임상시험에는 고령자 약 7500명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가 가능한 빠르게 제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백신 접종 후 이상 사례 대응체계를 구축해 국민에게 백신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욱·이태윤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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