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심판 막 올랐다.. 공화당 이탈표 '6명'
[윤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개시를 보도하는 NBC 갈무리. |
ⓒ NBC |
미국 상원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상원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과 합헌 여부에 대해 4시간 넘게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검사 역할을 맡은 하원 탄핵소추위원단은 지난달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인증을 막기 위해 의회에 난입하는 영상을 13분 분량으로 편집해 보여줬다.
이 영상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의회로 가자", "목숨 걸고 싸우자"라고 독려하는 연설을 비롯해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경찰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혼란스러운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탄핵 심판을 생중계하는 현지 방송들은 이 영상이 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탄핵소추위원단장인 민주당의 제이미 라스킨 하원의원은 "탄핵은 명백하고 엄연한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며 "이런 것이 탄핵당할 범죄가 아니라면 무엇으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명백한 범죄" vs. 트럼프 측 "표현의 자유"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위헌이며, 그의 연설도 표현의 자유라는 논리로 방어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브루스 캐스터 변호사는 "하원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래의 정치적 라이벌로 상대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선 재출마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호받는다며 "이 나라에서는 정치적인 연설을 처벌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함께 나선 데이비드 쇼언 변호사도 "많은 미국인이 이번 탄핵 추진을 당파적 정치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계에서 몰아내고,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한) 7천400만여 명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토론이 끝난 뒤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나눠 가진 상원은 표결을 통해 56 대 44로 탄핵심판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민주당 전원이 찬성했고, 공화당에서도 6명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의 변론이 부실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은 기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변론이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당초 탄핵심판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던 빌 캐시디 의원도 "전혀 체계적이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변론이었다"라며 변호인단 탓에 입장을 바꿔 합헌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CNN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도 TV로 변론을 지켜보며 거의 비명을 질렀다(almost screaming)"라고 불만을 전했다.
공화당, 탄핵심판 '합헌' 달랑 6명... 탄핵 부결 유력
상원이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상원은 탄핵소추위원단은 11일과 12일, 변호인단은 13일과 14일에 각각 이틀씩 최대 16시간 동안 본격적인 공방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나서 이르면 14일 또는 15일께 최종 표결을 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의회 난입 사태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등 관련 증거들이 확실하기 때문에 탄핵심판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으려면 상원이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의 반란표가 나와야 하기에 탄핵이 최종 확정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NBC는 "이날 공화당에서 6명 만이 탄핵심판이 합헌이라고 투표한 것은 유죄 여부를 판단할 최종 표결에서 67표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에도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권력 남용 및 의회 방해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어 탄핵심판을 받았으나, 당시 상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의 주도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탄핵심판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안 볼 것"이라며 "그것은 상원이 해야 할 일이고, 잘할 것으로 믿는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나는 당장 해야 할 일이 많다"라며 "45만여 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더욱 과감하고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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