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기대감 커지는 중국 시장, 바이트댄스 등 신규 파트너 관심
지난해 12월 초 중국 국가신문출판 광전총국은 컴투스 '서머너즈 워'의 모바일 게임 판호를 발급해 게임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드 사건으로 급격히 냉각됐던 한중 관계로 인해 막혀 있던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 길이 다시 열린 것이다. 서머너즈워 이후로 한국 게임이 추가로 판호를 획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는 않고 있지만, 4년여 동안 아예 막혀 있었던 길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준 것만으로도 한국 게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뉴주(Newzoo)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게임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게임 인구가 증가하면서 1,749억 달러로 동기 대비 2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은 2020년에 2,786억8,700만 위안으로 2019년 대비 478억1,000만 위안, 20.71% 증가했다. 이 경우 중국의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은 24.6%로 미국을 약간 앞서며 세계 게임 시장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2024년에는 4000억 위안으로 증가해 미국 시장과 격차를 더욱 벌릴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자, 글로벌 시장까지 점령하고 있는 중국산 대작 게임들이 즐비한 그곳에서 한국 게임이 다시 과거 온라인 게임 시장의 영광을 다시 재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만 있다면 던전앤파이터를 보유한 넥슨이나, 크로스파이어를 보유한 스마일게이트처럼 회사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
이렇게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보니,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고 있다. 텐센트, 넷이즈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전통적인 대형 게임 퍼블리셔들도 있지만, 바이트댄스처럼 새롭게 급부상 중인 신예들도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회사 중 하나인 바이트댄스는 모바일과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화제가 된 대표적인 중국 IT 기업으로, 숏폼 영상 플랫폼 더우인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뉴스 클리핑 서비스 진르터우탸오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서비스명이라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더우인의 해외 서비스명이 전세계를 강타한 바로 그 ‘틱톡’이다.
IT 서비스가 주력인 만큼 게임 서비스와는 관련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계열사를 통해 이미 게임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바이트댄스 산하 중급 배급 플랫폼인 누버스는 더드림(上海)과 그라비티가 공동 개발한 모바일 게임 '라그나로크 X: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퍼블리싱을 맡아 지난해 10월 중순 출시했으며, 홍콩, 마카오, 대만 iOS 인기 순위에서 여러 차례 1위에 오르고, 오랜 기간 동안 3위를 유지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말 틱톡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뮤즈대시도 바이트댄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뮤즈대시는 2018년에 출시될 때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임이었지만, 틱톡에서 'Phut Hon'이라는 노래의 멜로디가 갑자기 큰 인기를 끌면서 같은 멜로디를 사용하는 '뮤즈대쉬'가 다시 화제가 돼, iOS 게임 유료 차트, 탭탭(TapTap) 인기차트와 핫 차트 1위에 올랐다. 틱톡의 파급력을 실감할 수 있게 만든 결과다.
2020 중국 인터넷 시청 발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숏폼 영상 이용자 규모는 8억1,800만명으로, 중국 네티즌 10명 중 9명이 이를 사용 중이기 때문에,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급부상 중이다. 모바일 게임과 숏폼 영상을 동시에 사용하는 이용자가 82.5%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바이트댄스는 중국의 숏폼 영상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덕분에, 포트나이트, 명일방주, 꿈의 집 등 세계적인 인기 게임들의 광고가 집중되고 있다.
또한, 원신으로 전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미호요 역시 주목받는 신예라고 할 수 있다. 미호요는 바이트댄스의 틱톡처럼 특별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여러 게임을 성공시키면서 노하우를 쌓아, 한국 게임 시장과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대단히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중국 유명 기업 알리바바 역시 작년에 클라우드 게임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 넷이즈 등 인기 게임을 다수 보유한 대형 퍼블리셔들도 여전히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는 하다. 3N 등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 다수가 오래전부터 이들과 계약하고, 판호가 나오기를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 한국 게임 판호 발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압도적인 자금력을 동원해 한국 상위 게임을 싹쓸이할 수도 있다.
실제로 텐센트는 리니지2레볼루션, 검은사막 모바일 등 한국에서 이미 성과를 거둔 모바일MMORPG를 다수 계약한 상태이며, 크래프톤, 넷마블,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지난해 로한M으로 돌풍을 일으킨 엔엑스쓰리게임즈의 지분까지 확보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서머너즈워 이후 약 3개월간 여전히 한국 게임 추가 판호 획득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는 만큼, 중국 진출길이 완벽히 다시 열렸다고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아예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무려 4년간이나 막혀 있었다보니 시장 분위기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져, 한국 게임사, 그리고 중국 퍼블리셔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새출발을 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 판호 발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어떤 이들이 기회를 잡아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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