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잠수함 굴욕..상선 충돌뒤 '전화 터지는 곳' 찾아다녔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운용하는 잠수함이 대형 상선과 충돌한 후 보고가 3시간 이상 지연된 것으로 밝혀져 일본 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잠수함은 사고 당시 통신장비가 손상돼 휴대전화 이용이 가능한 장소까지 이동한 후에야 첫 보고를 했다.
9일(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잠수함 ‘소류’는 지난 8일 오전 10시 58분쯤 고치(高知)현 아시즈리미사키(足摺岬) 앞바다에서 수면 위로 상승하다가 인근을 지나던 홍콩 상선 ‘오션 아르테미스 (Ocean Artemis)’와 부딪쳤다. 이로 인해 잠수함 승조원 3명이 경상을 입고, 잠수함의 안테나 기둥과 통신장비가 손상됐다. 홍콩 상선 측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레이더와 소나(수중탐지장치) 등 첨단 설비를 갖춘 잠수함이 대형 선박을 피하지 못한 데다, 별도의 통신 대책이 없었던 것이 드러나며 문제가 커졌다.
잠수함은 일반적으로 소나를 통해 주변 환경을 확인한 뒤 수면으로 상승하지만, 소류는 잠수함 상승 도중 잠망경을 통해 상선의 위치를 확인했다. 회피 기동을 했지만 5만 톤급의 상선을 피하진 못했다. 이후 통신장비 손상으로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한 지역까지 이동하느라 오후 2시 20분에야 해상자위대 사령부에 첫 보고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 과제를 검토하겠다”고 사과했다. 야마무라 히로시(山村浩) 해상막료장(해군 참모총장)도 “통신 장비를 전부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은 상정하지 못했다”며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은 허용될 수 없다. 반성해야 할 일이다”며 고개를 숙였다. 해상자위대 측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위성전화 도입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침몰하거나 인명사고가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면서도 “잠수함이 거대한 상선조차 탐지 못 한 다는 것이 말이 되나”, “기강 해이를 보여주는 망신스러운 사례다”고 반응했다.
일본 정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해상보안청과 방위성 사고조사위원회, 국토교통성 운수안전위원회에서 각각 조사를 시작했다. 2009년 취역한 소류는 길이 84m, 배수량 2950톤급 잠수함이다. 일본 내 최초 디젤-전동식 잠수함으로 정원은 65명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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