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57만 '역대 최다'..1년새 일자리 100만개 사라졌다

조현숙 2021. 2. 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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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실업자 수가 157만명을 기록했다.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다. 1년 사이 100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 여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취업자 수가 22년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구직자들이 향하고 있다. 뉴스1

10일 통계청은 이런 내용의 ‘고용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1월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8만2000명(-3.7%)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후 22년1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코로나 1~2차 확산 충격이 컸던 지난해 4월(-47만6000명), 10월(-42만1000명)보다 더한 기록이다.

취업자는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째 줄고 있다. 98~99년 16개월 연속 감소 기록에 다가섰다.

일자리는 전 연령대에서 줄었다. 60대 이상(-1만5000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코로나발(發) 위기 속에서도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20만~40만명 가까이 늘며(전년 대비) 고용 충격을 일부 상쇄했다. 올해 들어 이런 경향마저 사라졌다.

코로나 확산에 노인 일자리마저 말라붙었고, 정부의 공공ㆍ복지근로사업도 겨울철을 맞아 종료된 탓이다.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줄어든 건 2010년 2월(-4만명) 이후 처음이다. ‘공공 알바’로 대표되는 땜질식 고용 정책의 한계다.

100만 개 가까이 사라진 일자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업별로는 숙박ㆍ음식점업(-36만7000명), 도ㆍ소매업(-21만8000명), 기타서비스업(-10만3000명)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영업 제한ㆍ금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택배ㆍ배달 수요가 늘면서 그나마 운수ㆍ창고업(3만명) 취업자가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지난해 12월 8일 이후 상향된 거리두기 단계가 지속하면서 대면 서비스업 중심의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의 확산, (고용 통계) 조사 대상 주간의 폭설 등 날씨 영향으로 외부 활동이 위축되면서 관련 업종의 취업자 감소 폭이 전월보다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근로자(-56만3000명)와 일용근로자(-23만2000명)가 일자리를 많이 잃었다. 정규직 비중이 큰 상용근로자 수가 3만6000명 오히려 늘어난 것과는 대조된다. 고용 안전판이 허술한 직종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0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1월 고용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면서 실업자는 큰 폭으로 늘었다. 올 1월 15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1만7000명(36.2%) 급증했다. 99년 통계 작성 이후 실업자가 가장 많았다. 실업률은 5.7%로 치솟았다. 1년 전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최악의 실업 통계도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아 공식 실업 통계로 안 잡히는 ‘그림자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비경제활동인구)는 1758만명으로 99년 6월 통계 생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별다른 이유 없이 쉬고 있다(쉬었음)고 답한 사람은 271만5000명에 달했다. 역시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최대다.

취업을 희망하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했다는 사람(구직 단념자)도 77만5000명을 기록했다. 물론 201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합쳐 349만명에 이른다. 몸이 아프거나 육아ㆍ가사ㆍ학업 등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닌데 그냥 구직도, 취업도 못 하는 사람이 공식 통계상 실업자 수의 2배를 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다. 2월 들어서도 코로나 확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상반기 고용 실적이 소폭 개선되더라도 통계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3월부터 코로나발 고용 악화가 시작한 데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통계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일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부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개선 흐름이 나타나곤 있지만, 고용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다”라며 “경기 불확실성이 확실히 걷혀야 고용은 늘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현재 추세로는 적어도 올 상반기 중 고용 부문의 어려움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한편 이날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어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사용 가능한 모등 정책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올 1분기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90만+α’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한계가 드러난 ‘공공 알바’식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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