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재개에 지난달 가계대출 7조6000억↑..1월 증가액 역대 최대
중단됐던 신용대출이 풀리니 가계 대출이 급증했다.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7조6000억원을 빌리며 1월 증가 폭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연초에 가계대출 수요가 크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주택 매매와 전세 수요와 더불어 ‘빚투(빚내서 투자)’ 등의 투자 열풍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1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996조 4000억원)은 전달보다 7조6000억원 늘어났다. 증가 폭은 전달(6조7000억원)에 이어 확대됐다.
가계대출 증가 폭은 1월만 놓고 봤을 때 속보치 작성 이후(2004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상 1월에는 가계의 대출수요가 크지 않은 편이다. 주택거래 비수기인 데다 가계로 연말·연초 상여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18년 1월(2조7000억원), 2019년 1월(1조1000억원), 2020년 1월(3조7000억원)의 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가계대출 상승을 견인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5조원이 늘어난 72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가 폭은 지난해 12월(6조3000억원)보다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주택매매와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8월 5만호를 기록한 뒤 5만1000호(9월)→6만7000호(10월)→8만9000호(11월)→8만3000호(12월)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지난해 8월(4만3000호)보다 지난해 12월(3만5000호)에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다.
여기에 지난달 많이 늘어난 신용대출도 가계 대출 급증에 한몫했다. 지난달 말 신용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기타대출’ 잔액(268억6000억원)은 전달보다 2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증가 폭(4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주택매매와 주식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시중 은행들이 일시 중단한 신용대출상품 판매가 지난달부터 재개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전국적으로 주택거래 매매가 늘면서 두세달의 시차를 두고 대출수요로 이어지고 있고, 개인의 주식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가 대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며 “일부 시중 은행들이 연말에 중단했던 주력 신용대출 취급을 재개한 데다 향후 (대출) 규제 강화를 우려해서 일부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수요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해 살펴본 가계대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1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10조1000억원이 증가(8.5%)했다. 전년 동월(2조2000억원)보다 2.5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중 지난달 전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전달보다 5조8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6조7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9000억원 축소됐지만, 1년 전(2조8000억원)보다는 3조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폭은 지난달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월(8000억원)보다 5배가량 크게 늘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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