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집값 재산 불어나자 피도 눈물도 없는 상속전쟁

조성필 2021. 2. 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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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원(52·가명)씨는 지난해 12월 법원을 찾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속재산을 놓고 어머니, 동생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최씨는 결국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정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소송 건수는 2095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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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통계로 본 코로나③ <끝>
상속재산 놓고 소송 증가
작년 11% 늘어 2095건
거리두기로 가족만남 줄자
'법대로 하자' 갈등 심화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김대현 기자] 최규원(52·가명)씨는 지난해 12월 법원을 찾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속재산을 놓고 어머니, 동생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상속재산은 아파트(감정가 8억1000만원)와 예금(8000만원)이었다. 예금은 상속비율에 따라 나누면 됐다. 아파트가 문제였다. 최씨는 아파트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 상속비율에 따른 현금을 추가로 요구했으나, 어머니와 동생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최씨는 결국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유족간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사태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반면 자산가치는 급등해 관련 분쟁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정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소송 건수는 209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1887건과 비교해 11%가량 증가한 수치다.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소송은 ▲2016년 1233건 ▲2017년 1403건 ▲2018년 1710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역시 증가 추이를 이어갔다. 이 같은 증가세는 로펌가에서도 확인된다. 한 대형로펌 가사 전문 변호사는 "상속재산 분할 사건으로 로펌을 찾는 의뢰인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소송이 늘어난 배경으로 ‘자산가치 급등’을 꼽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3000조원이 넘는 자금이 풀렸다. 이 자금은 부동산으로 몰렸고 토지·집값이 치솟는 현상을 낳았다. 상속재산에 부동산이 포함돼 있을 경우 그냥 포기하기엔 ‘파이’가 커져도 너무 커졌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가온 김상훈 변호사는 "서울 아파트 한 채만 10~30억원에 달한다"며 "예전이라면 장남이 다 가져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가족간 만남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김 변호사는 "예전부터 떨어져 살던 가족들 사이에 분쟁이 많았는데 코로나19로 더 심화된 측면이 있다"며 "평소 자주 만나면 해결될 문제가 잘 모이지 않게 되면서 ‘법대로 하자’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권리의식이 향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태평양 임채웅 변호사는 "최근에는 여성이 남성 형제를 상대로 한 소송이 늘었다"며 "과거엔 재산을 아들한테 주로 물려줬으나 이제는 딸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소송 성격상 중재점을 찾기 어려운 만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애초 가족의 연을 끊을 것을 염두하고 소송을 제기하기 때문에 타협 중재가 어렵다"며 "피상속인이 유언장 등을 미리 준비해 교통정리를 해야만 자녀 간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도 "소송과정에선 서로 감정이 얽히다 보니 합리적인 분할 협의가 불발될 수 있다"며 "피상속인 생전에도 효력이 발생하는 유언대용신탁 제도 등을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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