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재개발한다지만.."제값 보상 되겠나"

류태민 2021. 2. 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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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역 11번 출구 앞 대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있는 고층 오피스텔과 달리 뒤편에는 2~3층 높이의 낙후된 건물들이 밀집해있었다.

전국 최대의 쪽방촌으로 꼽히는 후암특별계획구역 1구역 1획지(동자동) 일대에는 주민 대다수가 하나의 집을 여러 개로 쪼개놓은 쪽방에서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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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촌 개발 예정지 가보니
토지주·상가세입자 모두 냉담
임대비중 높아 집값 영향 우려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기존의 상가 임대수익이 앞으로 얻게 될 주택 분양권 시세차익보다 더 큰데 주택·상가 소유주들이 공공재개발에 동의를 하겠어요?”(서울 용산구 동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

8일 오후 서울역 11번 출구 앞 대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있는 고층 오피스텔과 달리 뒤편에는 2~3층 높이의 낙후된 건물들이 밀집해있었다. 전국 최대의 쪽방촌으로 꼽히는 후암특별계획구역 1구역 1획지(동자동) 일대에는 주민 대다수가 하나의 집을 여러 개로 쪼개놓은 쪽방에서 거주하고 있다. 2019년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곳 동자동에는 총 70여개의 건물에 1158명이 살고 있다. 건물 하나당 평균 방의 개수는 19개로, 한 집에 평균 16.5명이 살고 있는 셈이다. 후암1구역은 2006년 재개발 대상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15년 동안 사실상 사업이 정체된 상태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가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최근 다시 후암1구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자동 일대 4만7000㎡에 쪽방 주민들이 입주할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와 최대 40층 높이의 민간분양주택 960가구를 공급하는 게 골자다. 토지주들이 소유권을 넘기고 공공이 직접 개발을 주도한다는 점이 ‘2·4 공급대책’의 사업 모델과 유사하다. 다만 주민동의권을 가진 토지·상가 소유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며 시범대에 오른 2·4공급 대책 공공재개발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방문한 동자동 주택·상가 소유주들은 공공재개발에 대해 묻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남산 경관 보호를 이유로 설정된 기존 층고 제한이 해제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토지에 대해 충분한 보상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A씨는 “이 지역 토지들은 미래가치가 높아 현 시세대로 보상이 이뤄지면 토지주들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암특별계획1구역(동자동) 준비추진위원회는 9일 지정한 토지를 공시지가에 따라 현금청산하는 방식에 대해 반발했고, 이에 국토교통부는 현 거래시세를 고려해 보상액을 감정하겠다고 밝히며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가 주택·상가 소유주들에게 약속한 분양주택 우선공급권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A씨는 “쪽방촌 주민이 거주하는 임대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하면 일대 집값이 폭락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공공재개발을 우려하는 것은 상가 세입자들도 마찬가지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B씨는 “재개발이 추진되면 가게를 옮겨야하는데, 그동안 어렵게 자리를 잡아놨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나가라면 어쩌란거냐”고 토로했다.

반면 쪽방촌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대부분 임대아파트로 이주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10년 넘게 이곳에 거주 중인 연립주택 세입자 김모씨(68)는 “이사비와 임대주택을 제공해준다니 기대가 크다”고 “공공이 도맡아하면 주민 간의 분쟁도 빠르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사실상 이번 2·4공급 대책의 시범지역인 후암1구역 공공재개발의 성패가 앞으로 정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민동의를 얻지 못해 사업이 무산되면 다른 재건축·재개발 후보지들도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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