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합헌 상원 통과.."화난 트럼프, TV보며 고함쳤다"

박현영 2021. 2. 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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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전직 대통령 탄핵 심판 합헌 여부 투표
찬성 56명, 반대 44명 합헌 결정..본격 심리
공화당 반란표 6명.."트럼프 변호인단 무능력"
탄핵 정족수17명에는 미달..이르면 주말 표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진행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상원 탄핵 심판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상원은 9일(현지시간) '퇴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헌법에 합치하는가'를 놓고 표결한 결과 찬성 56명, 반대 44명으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50명)이 찬성했고, 공화당 의원 6명이 가세했다. 2주 전보다 공화당 반란표가 1명 늘었다.

이날 상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시작하면서 전직 대통령도 탄핵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는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위헌이므로 탄핵 소추안은 즉각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제도는 재임 중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물러난 대통령은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하원 탄핵소추 위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저지른 행위인 만큼 심판 대상이 된다고 반박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에서 물러났지만, 다시는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유죄 선고를 내릴 권한이 상원에 있다고 주장했다.

새롭게 민주당에 가세한 공화당 의원은 빌 캐시디 상원의원(루이지애나)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의 문제 제기로 같은 주제로 표결했을 때는 위헌이라고 투표했다가 마음을 바꾼 이유에 대해 "양쪽이 제시한 법적 논리를 근거로 판단했다. 소추위원들 주장은 경쟁력과 설득력이 있었는데 트럼프 변호인단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헌법 규정에 대한 법적 논리를 깊이 파고드는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진행은 국민 화합을 방해하고, 트럼프에게 투표한 7400만 명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며, 민주당이 정치적 보복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탄핵 소추위원들은 법적 논리 전개와 함께 폭도들의 의회 난입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력 선동 연설을 교차 편집한 13분짜리 영상으로 감정선을 자극하는 전략을 썼다. 탄핵 심판에 참석한 상원의원 모두가 의회 난입 현장을 직접 겪었다는 데 착안했다.

트럼프 변호인인 브루스 캐스터 마저 연단에서 "소추위원들이 잘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트럼프 변호인단이 사퇴하고 새로 꾸려진 지 일주일이 조금 지나 준비 시간이 부족했고, 이 분야 최고 실력자들도 아니기 때문에 예상됐던 결과라고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CNN은 변호인이 두서없이 말하는 것을 지켜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를 가리키며 고함을 치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익명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전했다.

상원은 10일부터 본격적인 탄핵 심리를 진행한다. 소추위원과 변호인단에 각각 16시간씩을 배정했다. 양측이 변론을 모두 마치는 이번 주말께 유·무죄 평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당 동조 세력이 한 명 늘었지만, 공화당에서 추가 이탈표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상원에서 유죄를 확정하고 탄핵하기 위해서는 상원의원 3분의 2(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 의원 전원(50명)에 공화당 의원 17명이 가세해야 가능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승리를 공식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 회의를 개최한 지난달 6일 지지자들에게 의회로 가서 승인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연설했다. 당시 트럼프는 "우리는 의회로 갈 것"이라면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우지 않으면 더는 나라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력 점거를 부추겨 내란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사건 일주일 만인 지난달 13일 탄핵안을 가결했다. 하원 민주당 의원 222명 전원이 찬성했고, 공화당 의원 10명이 동참해 찬성 232표, 반대 197로 탄핵안이 통과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에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받았으나, 다수당이던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압도적 반대로 무죄 평결을 받았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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