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모태솔로', 비혼주의자의 연애 DNA 살릴 수 있을까
그런 기자가 보기 불편했던지 최근 지인 한 명이 게임 ‘모태솔로’를 추천했다. 지인은 “메마른 연애 세포들을 깨우기 위해 이만큼 좋은 게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소개팅 게임이라니, 이렇게나 불편한 게임이 또 있을까. 인디카바 인터랙티브에서 개발한 소개팅 시뮬레이션 게임 ‘모태솔로’는 실제 배우들이 등장하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다. 지난해 12월30일 얼리엑세스(체험판)로 출시됐다.
기껏해야 게임. 아무리 외로울지라도 게임 속 가상의 대상에게 연애의 감정을 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홀린 듯 지갑에서 2만6000원을 꺼내 ‘모태솔로’를 구입했다. 나도 연애하고 싶다.
* 본 기사에는 게임의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게임 속 주인공 강기모는 남중, 남고, 공대, 군대를 거쳐 IT 기업에 다니는 ‘마법사’ 전직 직전의 29살 모태솔로 남자다. 지난번 소개팅도 역시나 실패했다. 더 이상 실패하면 정말 ‘마법사’가 될 것 같다. 이번 소개팅 작심하고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제 본격적인 소개팅 단계로 들어갔다. 그런데 소개팅녀 김유미는 15분이 되도록 소개팅 장소에 나오지 않고 있다. 설마 나오지 않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그녀는 연락이 됐고, 소개팅 장소에 왔다.
기자는 '모태솔로'를 2회에 걸쳐 진행했다. 한 번은 기자의 평소 소개팅 스타일과 동일하게, 한 번은 정반대의 성향으로 소개팅을 치렀다.
우선 기자는 재미와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소개팅에 나가면 유머러스하게 얘기를 하기보다는 공감을 이끌 수 있는 대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오해를 산적도 있다. 한 번은 ‘결혼하려고 소개팅 나온 것 같다’는 핀잔 아닌 핀잔도 들은 적이 있다.
소개팅녀에게 강기모를 소개할 시간이 왔다. 자기소개 선택지에 유머를 곁든~’, ‘정직, 정식, 정석’, ‘과시를 뿜뿜’ 이렇게 3가지가 있었는데 평소 스타일답게 ‘정직, 정식, 정석’를 선택했다. 그런데 강기모는 가족관계부터 살아온 환경까지 TMI를 남발한다. 흡사 취업 면접을 보는 줄 알았다.
음료 주문할 때 고민이 깊다는 그녀. 아까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를 위해 다양한 음료 선택지 중에서 캐모마일 티를 추천해줬다. 다행이 반응이 좋다. 학생 때 했던 카페 아르바이트가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그런데 강기모의 체크카드에 돈이 부족하다. 온갖 방법을 써서 결제를 시도하지만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에는 소개팅녀가 대신 결제를 했다.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불안한 기운이 엄습한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던 가운데 강기모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그녀의 취미를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강기모와는 거리가 멀다. 또 침묵이 이어졌다.
어떻게든 소개팅을 이어가던 와중 그녀가 갑자기 고민을 털어놓는다. 최근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자존감이 떨어졌다며 푸념을 털어놓는다. 공무원 시험도 생각 중이라는데, 위로와 충고를 두고 고민을 하다가 용기를 복돋아주기로 결정했다. 김유미를 위해 ‘할 수 있다’며 최대한 응원을 했다. 그녀의 표정도 다소 풀어진 듯하다. 느낌이 좋은데?
결국 그녀는 떠나고 말았다. 우리의 강기모는 결국 ‘마법사’가 됐다. ‘진지한 남자’ 콘셉트는 통하지 않았다.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기자도, 소개팅에 실패한 강기모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기자의 스타일과 정반대로 강기모의 소개팅에 재도전했다. ‘진지한 남자’가 통하질 않았으니 ‘유쾌한 남자는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그런데 ‘유쾌한 남자’ 콘셉트는 무리수 투성이었다. 평소 기자의 스타일과 다른지라 경악을 금지 못할 장면이 이어졌다. 자기소개부터 최악이었다. 커피 주문 후 자리에 앉을 때 ‘의자 빼주기’와 ‘평범하게 앉기’ 대신 ‘빅재미 주기’를 골랐는데, 웃음 보다는 썰렁한 분위기를 만들고 말았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소개팅녀를 웃기려고 온갖 노력을 해보지만 그녀의 표정은 점점 굳어간다. 일부러 다른 선택지를 피하고 오로지 그녀를 띄워주는 선택지를 골랐다. 외모를 칭찬했지만 철벽 분위기가 이어진다. 손금을 봐주려고 하자 올드하다면서 거절했다. 손을 억지로 잡으려다가 음료를 쏟고 말았다.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기에 강기모의 무리수까지 터지자 기자도 한숨이 나온다. 이번 소개팅도 망한 냄새가 난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특기를 물어보는 소개팅녀. 마술과 춤을 두고 고민하던 기자는 마술을 택했다. 그녀에게 이어폰을 빌려 마술을 시도하는데, 그녀가 비싼 이어폰이니 고장내지 말라고 강조한다.
마술 이후에도 노력을 펼쳤지만 강기모의 소개팅은 또 실패하고 말았다. 애프터 신청엔 퇴짜를 맞았다. 마지막 선택지로 ‘술을 마시자’를 선택했지만 오히려 실례가 되는 말을 쏟아내는 강기모. 기자는 연애할 팔자가 아닌가보다.
재밌게 게임을 플레이했지만, ‘모태솔로’는 지나치게 과장된 인상이 강했다. 강기모의 액션과 화법은 보통 사람의 그것과는 크게 달랐다. 강기모가 모태솔로인 게 납득이 될 정도였다. 진지한 상황에 몰입감이 더해지다가도 갑작스러운 강기모의 무리수에 감정이입이 깨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게임의 최종 방향성이 결국 소개팅 실패로 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모범적인 선택지를 골라도 결국에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기자가 해피 엔딩을 보지 못했을 뿐, 이 게임에도 해피 엔딩이 존재한다. 해피 엔딩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소개팅녀가 싫어하는 행동을 적게 해야한다. 하지만 동일한 행동일지라도 이전의 상황에 따라 소개팅녀의 반응도 달라진다. 최대한 신중하게 선택지를 골라야 되는 이유다. 그녀가 처한 상황을 빠르게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리엑세스라는 한계 때문에 게임 진행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 8개의 엔딩 중 4개의 스토리만 제공됐으며, 선택지 중 상당수가 잠금 상태가 되어 있다. 또한 강기모의 '여자 사람 친구'인 선아와의 스토리도 현재로서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몰입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모태솔로’에선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 남녀의 모습이 보인다. 강기모가 카페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얘기하다가 실수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가 하면, 게임에 과몰입하는 현실 남자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준다. 김유미 역시 취업으로 어려워하는 등 동세대의 고민을 갖고 있다.
또한 선택지를 고르는 것에 대한 게임적인 재미와,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한 장점이다. 잘못된 답안을 골라도 뒤로 돌아가 유연하게 스토리 변경이 가능한 점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플레이 타임도 1시간30분 내외일 정도로 짧은 편이다. 다만 '모태솔로'로 소개팅 예습을 하려 했던 독자가 있다면, 제발 꿈 깨시길.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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