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의 제국주의.. 당뇨·고혈압·치매까지 좌우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2021. 2.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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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모두 당뇨병이면 자식 당뇨 가능성 35%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도 가족력의 영향을 받는다./클립아트코리아

‘가족력’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가족 중 누가 암에 걸려서 나도 조심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가족력은 유전의 영향과 함께 가정의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돼 있어서, 만성질환도 가족력이 중요하다. 가족력이 확실히 인정되는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치매 등의 가족력을 알고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당뇨병: 당뇨 전 단계 되면 당뇨식 시작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이면 자녀의 발병률을 20%로 보고, 부모 모두 당뇨병이면 30~35%로 본다. 당뇨병 가족력이 있으면 체중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팀이 당뇨병 환자 219명을 조사한 결과, 과체중(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사람 중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평균 49.3세에 당뇨병이 나타나, 가족력이 없는 사람(57세)보다 8년 빨랐다. 안철우 교수는 “당뇨병은 가족력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생활습관도 아주 큰 영향을 준다”며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면 가족력이 있어도 당뇨병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 간 평균적으로 공복혈당은 3, 식후 혈당은 5 정도 올라간다. 이보다 증가 폭이 크다면 당뇨병 예방에 더 힘써야 한다. 고기보다 채소를 더 잘 챙겨 먹고, 음식들의 당지수를 고려해 식단을 짜면 좋다. 20대부터 혈당검사를 주기적으로 받고, 만약 당뇨 전 단계 수준이 되면 식단을 미리 당뇨식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고혈압: 어릴 때부터 입맛 싱겁게 길들이기

부모 모두 고혈압이 있는 성인의 29.3%는 고혈압이고, 형제자매가 고혈압인 사람의 57%는 자신도 고혈압이라는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고혈압은 위험 요인이 워낙 다양해서 가족력이 있다는 걸 알아도 발병을 완전히 막기가 어렵다.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허란 교수는 “고혈압에 유전적 요인이 30% 정도 작용하지만, 생활습관 역시 크게 영향을 준다”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살을 빼고, 짠 음식을 피하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가지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체중을 10kg 감량하면 수축기 혈압은 25mmHg, 이완기 혈압은 10mmHg 정도 내려간다. 30대부터 1년에 한 번은 혈압을 재서 혈압 상승을 초기에 파악하는 등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면 좋다.

◇심혈관질환: 고혈압·당뇨병 동반 땐 추가 검사

캐나다 맥매스터의대에서 심장마비를 경험한 사람 1만2000명과 일반인 1만5000명을 비교한 결과, 부모가 심장마비를 경험한 사람은 심장마비를 겪을 위험이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1.5배로 높았다. 허란 교수는 “남성 55세 이전, 여성 65세 이전에 심혈관질환을 진단 받으면 가족력의 영향으로 직계가족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을 땐 일찍부터 정기 검사를 받는 게 좋다. 30대 초반부터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검사 결과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가족력이 있으면서 고혈압·당뇨병까지 동반된 사람이라면 의사와 상의 후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 등을 실시해 심장 건강을 확인하기를 권한다.

◇치매: 조기 진단 위해 보건소 이용

부모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았으면 자녀가 노년기가 됐을 때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발병할 가능성이 2배로 높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영 교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포지단백 4형이라는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데, 이 유전자형을 한 개 물려받으면 2.7배, 두 개 물려받으면 17.4배로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가족력을 가진 사람이 노년기에 들어서면 혈액검사를 통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전국 보건소에서 치매 조기검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간단한 문진과 함께 필요 시 치매 검사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가족력 가계도 그려보기

이 외의 질병도, 가족력 가계도를 그려보면 자신은 물론 자녀에게 잠재된 위험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가계도를 혼자 그리면 윗대로 올라가거나 직계에서 멀어질수록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 가족 모임이나 명절 때 물어봐서 완성하면 좋다. 남성은 정사각형, 여성은 원형으로 그린다. 자녀가 두 명 이상이면 왼쪽에서부터 출생 순으로 배열한다. 고혈압, 당뇨병, 암 등 가족력 질병마다 일정한 색깔을 정해서 해당자에게 칠하면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그림 참조> 가족력 가계도를 그려뒀다가 건강검진을 받거나 건강 상담을 할 때 의료진에게 보여주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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