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형의 부동산포커스] 공공 재개발·재건축 대책의 성공 조건(?)
둘째, 비용부담 위험
셋째, 공공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가치하락 문제
최근 정부는 25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공공 재개발·재건축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약 83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투기세력으로 인한 주택가격 급등이라는 인식을 기본으로 규제 위주의 정책은 유지하면서 시장의 공급부족 현실을 반영한 기조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런데 인식은 맞는데 기조의 변화 방향이 문제다. 기조가 변화하더라도 방향 전환을 잘못하게 되면 대책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 공급대책으로 주택 가격 안정과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됐으면 한다. 지난 24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25번째는 꼭 성공했으면 한다.
하지만 이번 공급대책을 살펴보면 많은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첫째, 사업 제안 주체의 문제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은 토지주의 10% 동의를 받아 지구 신청을 하고, 토지주 2/3의 동의를 받아 지구 지정을 확정한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은 조합에서 1/2의 동의를 받아 정비사업 변경신청을 하고, 2/3의 동의를 받아 공기업에서 사업을 시행한다.
그런데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의 동의를 받는 작업이 제일 어려운 단계다. 지구 확정을 위해 조합원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조합에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소유자의 동의를 받을까? 기대하기 어렵다.
공기업(LH, SH)에서 직접 사업 동의서를 징구할까.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이때 투입되는 비용은 공기업에서 부담할까? 국민 세금으로 부담할까?
특히 공공 직접 시행의 경우에는 조합에서 사업권을 공공에 넘겨야 하는데 동의서를 징구해 정비계획 변경을 제안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둘째, 비용부담 위험이다. 사업은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존재한다. 기존 재개발·재건축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그런데 공공 재건축·재개발은 공공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공공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공 직접 시행은 확정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나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공공기관이 부담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조합원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확정 수익 보장은 상당히 위험한 조건이다.
그리고 재개발·재건축은 예상하지 못하는 사업비 지출요인이 많다. 사업 시행 전 동의서 징구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현물출자를 받더라도 이주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임차인의 이사비용, 상가임차인의 영업이익 보상, 우선공급을 희망하지 않은 토지 등 소유자의 현금 보상에 따른 자금 등 비용부담에 리스크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 리스크는 결국 공공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이는 공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셋째, 공공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가치하락 문제이다. 용적률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사업성을 제고할 수 있지만, 용적률만 높이게 되면 아파트의 토지 지분이 일반 아파트의 토지 지분보다 줄어들게 된다.
아파트의 토지 지분이 감소하게 되면 아파트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결국 소유자에게 용적률 증가라는 인센티브는 단기적으로 장점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단점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공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추진을 공공주도로 하지 말고 직접 사업 주체가 돼 시행하면 간단하다. 사업대상 토지는 협의매수를 하거나 토지수용(?)을 통해 획득하고, 직접 사업을 시행해 아파트 분양사업을 하거나 영구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된다. 복잡하게 인센티브를 준다고 유혹하는 것보다 간단한 방법이다.
그리고 사업단계에 발생하는 각종 사업비용도 공공기관에서 직접 부담하면 된다. 물론 비용의 문제는 별개다. 세금으로 메우면 된다. ‘개발이익을 토지소유자에 보장한다거나 세입자를 보호한다. 그리고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등의 장점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간단한 성공조건이 있는데 정부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토지소유자 등에게 공공 재건축∙재개발사업을 하라고 권유를 한다. “소유자들이 당근의 유혹에 넘어갈까? 당근이 공공주도 공급대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토지소유자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할까?”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글/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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