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소녀 130번 집단 강간한 소방관 20명, 기소는 단 3명뿐이었다

프랑스에서 소방관 20명이 10여년 전 당시 10대였던 소녀를 130번 넘게 2년간 성폭행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단 3명만 기소돼 시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7일(현지 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파리 소방관들이 10대 소녀였던 줄리(26·가명)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오는 10일로 예정돼 있다.

피에르 등 소방관 20명이 성폭행 혐의를 받았으나 '강요 또는 강압'에 대한 증명의 문제로 단 3명만 기소된 상태다.

사건은 2008년 줄리가 13세였던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줄리는 심각한 불안증으로 인한 발작 증세를 겪고 있었고, 이를 돕기 위해 출동한 소방관들 중 피에르가 있었다. 파리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피에르는 의료 파일에서 줄리의 번호를 알아내 메시지를 보내며 관심을 끌었다.

이후 피에르는 줄리에게 옷을 벗고 웹캠을 찍어달라고 요구했고 줄리가 이에 응하자 다른 소방관들에게 줄리의 전화번호를 넘겼다.

2009년 1월 피에르는 줄리의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찾아가 줄리를 성폭행했다. 같은해 11월에는 아예 자신의 집으로 줄리를 데려갔다. 당시 피에르의 집에는 동료 소방관 2명이 있었고 이들은 줄리를 집단 성폭행했다. 이후 20명의 소방관들은 2년 동안 130차례 넘게 줄리에게 성폭행을 저질렀다.

성폭행을 당한 후 줄리는 불안 발작 증세가 더 심해졌고 외출을 할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게 돼 항불안제 등을 처방받았다. 2010년 7월이 되어서야 줄리는 엄마에게 털어놨고, 줄리의 엄마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줄리의 엄마는 피에르가 딸의 건강 상태를 보기 위해 찾아 온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줄리(가명)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인 사람들ⓒ연합뉴스

이들에 대한 수사는 8년에 걸쳐 진행됐다.

수사 과정에서 기소된 이들 중 두 명은 업무시간에 줄리와 '집단 성관계'를 맺었다고 인정했다. 다른 한 명은 줄리가 입원한 병원 화장실에서 '성적인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미성년자로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2019년 7월, 3명의 가해자는 강간죄 대신 '15세 미만 청소년과 합의하에 삽입 성교를 저지른 죄'를 적용받았다. 1심 법원은 '강요 또는 폭력적인 강압'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나머지 17명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처도 없었다.

이 판결이 나온 뒤 줄리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가족들은 항고했지만 고등법원도 줄리가 성행위에 동의했다며 항고를 기각했다.

프랑스에서 강간죄를 적용하려면 '강요 또는 폭력적인 강압'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통상 강간죄와 별도인 '성폭력' 죄목이 적용되는데, 강간죄는 법정 최고형이 징역 20년이지만 '성폭력' 죄는 징역 7년에 불과하다.

이에 프랑스 여성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단체 측은 "줄리와 가족은 10년 동안 홀로 싸웠다"며 "이제 프랑스 전역에서 수천 명의 페미니스트가 그들에게 합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소방관들이 제대로 처벌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4일 프랑스 전역에서 소방관 20명 전원 강간죄 기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데일리안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