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불가론'만 뚫으면 될까, 이재명 기본소득 곳곳 물음표

임성빈 2021. 2.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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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4차 긴급재난지원금의 보편지급 여부를 두고 마찰을 빚는 가운데, 모든 국민에게 생활비를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재정 여력과 실효성을 근거로 기본소득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은 시기 문제일 뿐 결코 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구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9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달부터 신청을 받은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에 전체 도민의 58.4%가 지원을 마쳤다. 경기도는 지난 1일부터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정부가 전 국민에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과 경기도가 지급한 재난기본소득을 정례화하면 기본소득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시 지원금인 4차 재난지원금의 선별·보편지원을 놓고 협의하고 있는 여당과 청와대, 정부는 당장 기본소득 공론화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지사는 9일 페이스북에 “교황께서도 기본소득을 지지하며 ‘기술관료 패러다임이 이번 위기나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데 있어 충분치 못하다는 점을 정부들이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기본소득은 더 이상 낯설거나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세부 논의로 들어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각종 수당을 포함한 기존의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확대하는 문제로 국가 재정 시스템의 설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해 정치·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재명의 기본소득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자신이 제시한 ‘한국형 기본소득’의 장기적인 목표를 ‘1인당 월 50만원’으로 잡았다. 우선 1인당 연 50만원(25만원씩 2회 지급)씩을 전 국민에게 주려면 연간 26조원, 100만원씩을 주려면 5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지사는 이 가운데 26조원은 지출 절감으로, 추가 26조원은 연간 50조~60조원 수준인 조세감면을 축소하면 조달 가능하다고 봤다.

기본소득을 이보다 더 늘리려면 장기적으로는 증세가 필요하고, 기본소득을 위한 ‘기본소득목적세’ ‘기본소득환경세’ ‘기본소득로봇세’ ‘기본소득토지세’ 등을 도입해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다. 이 지사는 “10년 이상의 장기 목표 아래 기초생계비 수준인 월 50만원(연 600만원)이 될 때까지 국민 합의를 거쳐 서서히 늘려가면 된다”고 말했다.


효과 있나…재정 여력은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경기연구원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재난기본소득 정책 효과 분석 연구’ 보고서에서 “재난지원금의 순 소비 효과(한계소비성향·새로 벌어들인 소득 중 소비하는 금액의 비율)는 29.1%”라며 “시도별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한 경기도가 3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기연구원은 또 “자영업자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이전 기간 대비 3.4% 감소했고, 경기도는 이보다 작은 1.2% 감소를 나타냈다”고 했다.

정치권은 여전히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재정 문제 때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다.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구 상에서 기본소득을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고, 한국의 규모를 고려할 때 실험적으로 실시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기재부의 삼불가(三不可)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라 곳간 지기인 기획재정부도 기본소득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삼불가(三不可)론’을 들며 기본소득에 반대했다. ▶1인당 30만원씩만 줘도 200조원이 들어가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고 ▶어려운 계층에 더 많은 돈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이며 ▶예상되는 부작용 때문에 정식 도입한 국가가 없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는 기본소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커지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기업 등 고소득 근로자에게도 똑같은 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재정 이론상 불가능하고 포퓰리즘에 가깝다”며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등을 넓은 의미의 기본소득으로 보고 20대 등 특정 연령대에 현금성 수당을 보편지급하는 등의 방법이 오히려 현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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