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옹호냐 인권보호냐..서울교육청 성소수자 교육 논란
“성소수자 학생을 차별‧괴롭힘에서 보호해야 한다.”(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똥’) “성소수자에 대한 개념 정립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교육은 만용에 가까운 교육 폭거다.”(국민희망교육연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학생인권종합계획에 포함된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성소수자 인권 교육이 시행되면 앞으로 학교 성교육 시간에 동성애‧트렌스젠더에 대한 개념과 함께 이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다뤄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9일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학생인권종합계획에 대한 찬반 청원이 30개 넘게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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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올해부터 성소수자 인권교육 강화
학생인권종합계획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교육감이 3년마다 수립하는 정책이다. 교육청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각 학교에 적용되는 ‘2기 학생인권교육’을 수립하면서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교육 강화’ 사항을 포함했다. 성인식 개선 교육과 함께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개발‧보급하고, 성인권 교육을 해 성차별과 성별 고정관념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초안을 마련한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이달 중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는 “성소수자에 대한 수업을 한 적도 없고, 주변에서 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 없다”고 전했다. 정부의 성교육 관련 정책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기 어렵다. 2015년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나 ‘성교육 연수학습과정안’에도 이성애에 대한 개념만 포함돼 있을 뿐 성소수자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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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혐오와 괴롭힘 없는 공간돼야”
교육계 일각에서는 성소수자 인권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소년 성소수자가 학교에서 모욕‧욕설 같은 괴롭힘 뿐 아니라 신체적‧성적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똥’은 지난달 20일 성명을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의 학교 내 피해 상담이 매일 같이 접수되고 있다”며 “학교는 성소수자 혐오와 괴롭힘 없는 공간이 되어 모든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등 30개 서울 지역·교육단체도 지난달 25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시민은 성적지향을 존중하고 그에 따른 차별을 일삼지 않는 사람”이라며 “학생은 미래의 민주시민이 아니라 현재의 민주시민으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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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계획 없고 절차‧과정 무시”
반면 교육청 계획에 거센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희망교육연대는 지난 1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학생인권종합계획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의 성소수자 교육은 개념이 추상적이라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소아성애자‧동물성애자도 성소수자로 볼 것인지 개념 정립 조차 안 돼 있고, 동성애에 대해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칠지 구체적인 게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인권종합계획 수립 과정이 민주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희망교육연대는 “사회 구성원 간 대립이 첨예하고 관점이 다양한 교육을 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절차가 빠졌다”며 “학부모 단체의 반발로 지난달 토론회를 개최하긴 했지만, 반대자를 배제하고 교육청 입장만 대변하는 패널로 구성하는 등 절차와 과정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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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검토 후 발달단계 맞는 교육해야
성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현장의 보건 교사들도 우려를 표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는 “성소수자를 위한 교육을 일반학생으로 확대했을 때 감정 변화가 심한 청소년기 학생들이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할 게 아니라 충분한 연구‧검토를 거친 후에 발달단계에 맞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남궁민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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