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용꼼수' 조폐公 털었더니..법위반 1200건 쏟아졌다

이가람 2021. 2.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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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18일 대전 유성구 한국조폐공사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원들이 여권발급 제작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한국조폐공사에 대한 근로감독을 통해 3년간 1216건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여권발급을 맡은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운용하면서 벌어진 위법 행위들이다. 당국은 이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약 7억원의 체불임금도 근로감독에서 적발됐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스스로 사직서를 내게 한 것에 대해서도 부당해고라는 판단이 나왔다.


‘신의 직장’ 조폐공사, 비정규직엔 7억원 임금체불
고용노동청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총 6회에 걸쳐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앞서 조폐공사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해 ‘편법 고용·꼼수 계약’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관련기사: [단독]"정규직 전환 요구말라" 비밀합의서 요구한 조폐공사〈2020/09/23〉)

중앙일보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근로감독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ID본부에서 여권을 제작하고 검수하는 여권발급원들의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거나 감액하는 방식으로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했다. 공사 측은 지난 3년간 여권발급원 재직자와 퇴사자 159명에게 4억9600만원의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퇴사자 74명의 퇴직금 5100만원도 체불했다.

또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기간 22개월째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고 다시 고용한 경력자에 대해서도 수습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임금의 80%만 지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금·휴업수당·연차수당·주휴수당 등의 미지급과 임금 감액으로 공사 측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건수는 1216건, 총 체불 금액은 6억98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근로감독결과에는 성과급에 대한 판단이 빠져 노동계는 앞으로 추가 근로감독에 따라 체불된 임금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2년 채우기 전 사직서 제출 강요, “부당해고 맞다”
그동안 논란이 된 여권발급원의 고용 형태에 대한 판단도 나왔다. 앞서 여권발급원들은 ‘일용직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 여부를 둘러싸고 사측과 갈등을 빚어 왔다. 조폐공사는 “매일 여권발급량이 달라지는 업무 특성에 따라 이들을 일용직으로 고용해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로 인해 여권발급원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여권발급량이 감소하자 다음날 출근 여부를 하루 전 저녁에 통보받고 출근일수가 대폭 줄어드는 등 고용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왔다.(▶관련기사: 하루전 출근통보…폰만 보는 '5분 대기조' 조폐공사 비정규직〈2020/08/28〉)

그러나 노동청의 판단은 달랐다. 노동청은 “여권발급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 등을 검토했다”며 “여권발급원은 일일단위로 근로계약이 성립되고 종료되는 일용근로자가 아닌 상용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지연 노무사(노무법인 길)는 “지난해 7월 노사문화 우수기업 인증을 받아 모범을 보여야 하는 조폐공사가 각종 노동관계법령을 회피하기 위해 무늬만 일용직으로 고용해온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며 “노동청의 판단이 나온 이상 이러한 탈법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조폐공사 ID본부 여권발급부에서 9년간 일해온 송모씨의 국민연금 가입기록. 재직 기간 동안 입사와 퇴사가 4번 반복됐다. [독자제공]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조폐공사의 ‘편법 쪼개기 계약’에 대한 부당해고 판단도 나왔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기간 2년을 넘기기 전 여권발급원들로부터 사직서를 받고 다시 고용을 반복해왔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합리적인 사유를 명시하지 않고 해고통보를 한 것은 부당하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여권발급원의 손을 들어줬다.


조폐공사,“일용직임에도 정규직 요구 과해”
노동청의 시정명령에 대해 조폐공사 측은 “지난 2월 4일에 체불된 임금을 대부분 지급했고, 현재 남은 20여명에 대한 1억5000만원의 임금 지급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다만 조폐공사는 이번 시정명령 이행과는 별개로 여권발급원의 고용 형태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법적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애초 여권발급원을 일용직으로 고용했음에도 이들이 정규직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노무관리에서 실무상 착오가 있었지만 부당해고에 대한 재심을 통해 이들의 고용 형태와 법적 지위에 대해 다시 다툴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퇴임한 조용만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오종택 기자

한편 조폐공사는 지난 5일 조용만 사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지난 8일에 사장으로 새로 취임했다. 용혜인 의원은 “22개월 쪼개기 불법계약, 부당해고, 7억에 달하는 체불임금이 확정됐지만 조용만 사장은 유유히 퇴직했다”며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임금체불, 부당해고를 한 경우에는 반드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조용만 방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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